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마틴의 국내 첫 개인전 ‘수렴(Convergence)’이 열리고 있다. 작가가 알루미늄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추상화 11점과 종이에 수채물감으로 그린 2점 등 총 13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마틴은 데이미언 허스트, 마크 퀸, 트레이시 에민 등과 함께 이른바 ‘영국의 젊은 예술가들(yBa: young British artists)’ 그룹으로 분류된다. 그도 다른 yBa 작가들처럼 1997년 영국 런던 로열아카데미에서 열린 ‘센세이션(Sensation)’전에 작품을 내건 뒤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마틴은 전위적인 설치예술이나 행위예술에 치중한 동료들과 달리 20여 년간 회화 외길을 걸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금속이나 유리 위에 유화물감과 아크릴 젤을 칠한 뒤 스스로 만든 빗 모양의 도구로 줄무늬를 긋고, 두껍게 덧바른 물감의 미세한 높낮이와 양감의 차이를 통해 조각 같은 효과를 낸 그림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모색해온 그가 이번에 새로 내놓은 신작은 ‘알루미늄 회화’다. 빛을 은은하게 반사하는 알루미늄 판 위에 유화물감을 묻힌 뒤 일반 회화용 붓을 가볍게 놀려 편안하면서도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하고 가벼운 색감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가운데로 수렴하는 특유의 무늬는 동양의 보자기 매듭에서 영감을 받았다. 마틴은 “25년 전 일본의 다도(茶道) 거장이 내게 보자기로 싼 옷을 맡겼는데, 곱고 정교한 매듭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수백 번 붓놀림을 반복해 중앙으로 수렴하는 줄무늬를 그리는 과정은 마치 명상과도 같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4월 16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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