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허벌판에 건물 한 동으로 개교한 한전공대

입력 2022-03-02 17:21   수정 2022-03-03 07:56

어제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은 한국 교육사의 코미디 같은 사례로 기록될 판이다. 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인데 기숙사가 없어 인근 골프텔을 빌렸고, 정원 1000명 학교에 건물은 달랑 한 동(棟)이며, 채용한 교수는 정원의 절반도 안 된다. 강의동 도서관 등 건물 완공 시점이 2025년이어서 올 입학생은 4년 내내 공사장 먼지 속에서 공부해야 된다. 이렇다 보니 개교 첫해 학생을 최소 250명 뽑아야 하는데 157명밖에 못 뽑았다. 이런데도 교육부는 일찌감치 인가부터 내줬고, 대통령선거를 1주일 앞두고 전격 개교했다. 온갖 반대와 억측 속에 대통령 말 한마디에 문을 연 ‘문재인 공대’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 대학은 문을 연 것 자체가 무리다. 부채가 139조원에 이르고 매년 이자로 2조원의 돈이 나가는 적자 공기업 한전이 공사비 1조471억원을 댄다. 작년 6조원에 이어 올해 최대 20조원 적자가 예상되는 회사가 한전이다. 민간기업이면 주주들이 들고 일어나 경영진부터 해임했을 법하다. 통상 6년 걸리는 대학 설립 과정도 여당이 특별법을 단독 통과시키면서 4년7개월 만에 초고속 처리됐다.

설립 과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학교가 경쟁력을 갖고 유지 가능하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학령인구 급감으로 전체 대학 정원의 4분의 1을 줄여야 하고, 적절한 구조조정이 없으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지 오래다. 거기다 에너지 관련 학과를 둔 특성화 대학만 인근에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5곳이나 된다. 이러니 개교 후 얼마 안 돼 곧바로 다른 대학에 통폐합된 제2 수도공대와 한국정보통신대꼴이 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문 대통령은 어제 개교 영상 축사에서 “한전공대에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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