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發 원자재 대란…원유 ETN 하루 수익률 25%

입력 2022-03-02 17:33   수정 2022-03-10 15:50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2일 발표한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직후 나온 보고서다. 유가뿐 아니라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금값도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에 근접했다. 러시아가 수출을 많이 하는 비철금속과 농산물 가격도 일제히 치솟았다. 국내 증시에서는 원자재와 농산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WTI, 8년 만에 첫 100달러 돌파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8.03% 오른 103.41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WTI는 35.9% 올랐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 31개 회원국이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지만 급등세를 막지 못했다.

이날 BoA는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까지 제재하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BoA에 따르면 러시아는 매일 5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공급이 100만 배럴 감소할 때마다 유가가 20달러씩 오른다는 게 BoA의 설명이다.
비철금속·농산물도 급등세
비철금속과 농산물 가격도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26% 오른 1942.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공급 차질 우려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겹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은 가격도 트로이온스당 4.81% 올랐고, 니켈 아연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귀금속과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제로 쓰이는 팔라듐 가격은 올해만 39% 급등했다. 러시아는 글로벌 팔라듐 수출의 45.6%를 차지한다. 다른 비철금속과 농산물도 러시아가 주요 생산국이다.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은 곡물 가격도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소맥) 가격은 부셸당 7.95% 오른 1001.75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밀 가격은 올해만 32.2% 올랐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수출의 약 13%를 차지하는 옥수수 가격도 하루 만에 6.06% 올랐다.
원자재·농산물 상품 급등
국내 증시에서는 원자재와 농산물에 투자하는 ETN이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WTI 가격에 두 배씩 베팅하는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 ETN은 2일 하루에만 24.87% 급등했다. 옥수수 가격의 두 배만큼 수익을 추구하는 하나레버리지옥수수선물 ETN은 14.08% 상승했고, 대신2X철광석선물 ETN(12.29%), 대신밀선물ETN(11.79%) 등도 강세를 보였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다. 상장주식과 주가지수에 주로 투자하는 ETF와 달리 원자재, 통화, 선물 등을 기초지수로 추종한다. 원자재, 농산물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상품은 수익률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신한인버스2XWTI원유선물 ETN은 하루 만에 17% 넘게 급락했다. 하나인버스2X옥수수선물 ETN도 13.76% 떨어졌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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