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극적 단일화에는 안 후보의 뜻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벽 회동은 안 후보의 만남 제의로 인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야권 단일화에 대해 '반포기' 상태였던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었지만, 안 후보의 극적인 입장 선회로 대선 6일 전 이례적인 단일화가 이뤄지게 됐다.
3일 국민의힘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2일 밤 마지막 법정 티비토론이 끝난 직후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먼저 만남을 제의했다. 그동안 단일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안 후보였지만, 오히려 먼저 단일화 논의를 타진한 셈이다.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의사를 전달 받은 후, '안 후보의 진의가 무엇인지' '단일화를 위해 어떤 조건은 가능하고, 어떤 조건은 불가능 한지' 등을 주위 참모들과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잠깐의 고민 후, 안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만남은 서울 모처에서 이뤄졌다. 윤 후보가 이날 예정된 유세가 있는 만큼, 새벽까지 회동은 이어졌다. 두 후보는 새벽 2시 30분가량까지 만남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는 이전 단일화 협상에 나섰던 윤 후보 측 장제원 의원과 안 후보 측 이태규 의원도 배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이달 1일까지만 해도 "제가 3주 전에 야권 단일 후보를 뽑자고 제안을 했는데도 그동안에 가타부타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며 "단일화 제안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세 현장에선 윤 후보를 직격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입장을 정반대로 선회한 셈이다. 이날 안 후보의 입장 극적 선회는 이태규 의원 등 일부 인사 말고는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윤 후보와 안 후보는 국회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이후 안 후보 측을 인수위와 통합정부에 참여시키고, 즉각 합당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는 선거 승리를 위한 단일화라는 실익, 안 후보는 명분을 잡은 협상이었다"며 "안 후보가 원했던 통합, 실용, 개혁, 미래, 방역 등의 가치를 윤 후보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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