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아와 리제네론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치료제의 효과가 1년간 지속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텔리아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트랜스티레틴(ATTR) 아밀로이드증 대상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환자 15명에게서 안정성과 효능을 모두 확인했다. 특히 혈중 TTR 농도는 최대 93%까지 떨어졌으며, 최대 1년까지 줄어든 수치를 유지했다.
작년 6월 인텔리아는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 치료제의 생체 내(in-vivo) 유전자교정 효과를 확인한 결과다. 이번 발표는 치료제 투여 후 추적 관찰한 결과를 포함한 최종 결과다.
ATTR 아밀로이드증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정상 트렌스티레틴 단백질(TTR)이 여러 조직에 쌓이면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인텔리아의 크리스퍼 치료제는 비정상 TTR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발표한 임상 1상 결과, 치료제를 투여한 지 2~12개월이 지난 환자 15명의 혈액 내 TTR 수치는 모두 절반 이상 감소했다. 연구진은 용량에 따라 총 네 개 군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했다. 몸무게 1kg당 0.1mg(3명) 0.3mg(3명) 0.7mg(3명) 1.0mg(6명)다.
치료제를 투여한 지 28일 뒤 혈중 TTR 수치를 확인하자, 최고 용량인 1.0mg를 투여한 6명은 평균 93% 감소했으며, 0.7mg를 투여한 군은 86% 줄었다.
연구진은 치료제 투여 후 2~12개월 간 추적관찰 결과도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최대 1년까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기존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됐다.
이번 결과에 따라 업계에서는 1회 투여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크리스퍼 치료제 개발 기업인 버브 테라퓨틱스의 설립자이자 미국 펜실베니아대 심장 전문의인 키란 무수누루 박사는 “TTR 수준을 80%까지 낮추면 증상 개선이 나타난다고 본다”며 “향후 임상 결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다만 새로운 간세포가 생성되면서 다시 TTR 수치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크리스퍼 치료제가 새로 생성된 간세포의 비정상 TTR 유전자까지 편집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서다. 보통 간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모두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0~500일 정도다. 최대 1년6개월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존 레오나드 인텔리아 CEO는 “이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고, 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긍정적인 1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인텔리아는 지난 1일(현지시간) 전날 대비(98.85달러) 약 20% 하락한 79.85달러로 마감했다. 미국 특허청(USPTO)이 크리스퍼 치료제에 사용되는 기술의 특허권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하버드대 브로드연구소에 있다고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MIT-브로드연구소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는 크리스퍼 기술의 특허권을 두고 2015년부터 싸워왔다. 7년간의 특허 분쟁 끝에 최종적으로 미국에서의 크리스퍼 특허권은 MIT-하버드대로 돌아가게 됐다. 인텔리아는 UC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설립한 회사로, UC버클리 기술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미국 특허청의 판결로 향후 인텔리아가 크리스퍼 치료제를 미국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MIT-브로드연구소와 권리를 협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최소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텔리아의 크리스퍼 치료제는 변이가 일어난 TTR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는 DNA 절단 효소 '카스 9(cas 9)'의 mRNA와 간의 TTR 유전자로 카스 9을 안내하는 '가이드 RNA(gRNA)' 등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질나노입자(LNP)로 포장돼 체내에 투여된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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