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1세대 성영철, 제넥신 경영 손뗀다

입력 2022-03-03 16:58   수정 2022-03-04 14:33

성영철 제넥신 회장(사진)이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성 회장은 면역치료 분야 권위자이자 1999년 제넥신을 창업한 바이오벤처 1세대 경영인이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제넥신=성영철’ 공식이 성립했을 정도로 성 회장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에 그의 용퇴 후 제넥신의 지배구조와 사업전략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성 회장은 이달 말 열리는 제넥신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맡고 있는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9월 대표이사를 그만두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6개월여 만에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려는 것이다. 보유 주식(5.9%)은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을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런 제도를 앞서 시행한 유한양행 측에 제도와 운영 상황을 문의했다.

추후 공익재단을 세워 증여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일가가 아니라 공익재단(유한재단)이 최대주주로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공익재단 설립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성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추후 지분까지 정리되면 제넥신과의 표면적인 연결고리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다만 성 회장은 용퇴 후 제넥신이 투자한 바이오벤처 성장에 도움을 주며 연구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고문으로도 남아 연구개발(R&D)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파이프라인 상용화 성공을 위해 맡은 바 자문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며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기술 개발에도 최선을 다 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심은 ‘성영철 없는 제넥신’의 행보에 모아진다. 성 회장은 지난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전략과학자문위원회 의장을 맡는 등 신약 개발을 주도해왔다. 제넥신은 설립 23년이 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신약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성 회장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2020년 임상 2상 종료 이후 지지부진한 주력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인 성장호르몬(GX-H9) 임상 재개는 당장의 과제다. 중국 지역 판권은 중국 바이오기업 아이맵에 넘겨 임상 3상이 진행 중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임상이 사실상 멈춰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임상 2·3상을 준비 중인 코로나19 DNA 백신(GX-19N)도 당초 기본 접종에서 추가접종(부스터샷) 용도로 변경해 임상을 신청했지만 현지 규제당국으로부터 안전성과 관련한 자료 보완 요청을 받은 상태다.

제넥신은 최근 대웅제약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지낸 박현진 부사장을 개발전략총괄 임원으로 영입했다. 박 부사장은 기존 파이프라인의 추가 기술수출 추진과 함께 차세대 파이프라인 발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주목받는 분야인 세포치료제 개발에 힘을 실을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 파이프라인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제넥신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경영 전반의 변화를 꾀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제넥신 측은 "성 회장 거취는 추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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