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매출 22조원을 넘어서며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지 12년 만이다.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보내주는 로켓배송으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 쿠팡은 코로나19 이후 쇼핑의 정의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년 새 폭풍성장에 온·오프 통합 첫 1위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184억637만달러(약 22조2200억원)로 전년(119억6734만달러) 대비 54% 증가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7조1530억원)과 비교하면 세 배로 늘었다.쿠팡은 지난해 처음으로 ‘전통 유통 강자’인 이마트를 제쳤다. 지난해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등 전문점 매출 합계는 16조4514억원이다.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쓱닷컴 매출(1조4942억원)과 4분기 이마트그룹에 편입된 G마켓·옥션 매출(4분기 1184억원)을 합쳐도 20조원에 못 미친다.
쿠팡의 힘은 활성고객 증가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쿠팡에서 한 번 이상 상품을 산 활성고객은 1794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485만 명)보다 300만 명 늘었다. 2019년(1179만 명)부터 매년 300만 명씩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3700만 명) 2명 중 1명은 쿠팡에서 돈을 쓴 셈이다. 1인당 평균 구매금액도 283달러(약 34만원)로 전년(256달러)보다 11% 커졌다.
유료 회원제인 로켓와우 멤버십의 위력이 컸다. 로켓와우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900만 명에 달한다. 쿠팡은 와우 회원들이 1000원짜리 제품을 사도 공짜로 배송해주고, 반품도 무료로 해 준다. 2020년 말에는 와우회원 전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를 내놨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2010년 가입한 초창기 고객의 지난해 결제금액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며 “쿠팡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적자 최대…“올해부터 수익성 개선”
신규 물류센터 투자와 덕평물류센터 화재 손실 등으로 적자 또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쿠팡 영업손실은 14억9396만달러(약 1조8000억원)로 전년(5억1599만달러)의 세 배가량으로 커졌다. 쿠팡은 지난해에만 139만㎡ 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추가했다. 국제규격 축구장(7140㎡) 약 195개 크기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 70%는 쿠팡 배송센터에서 10㎞ 이내에 거주하는 ‘쿠세권’에 있다. 전국 물류센터를 하나로 연결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으로 지역별로 팔릴 제품을 예측해 미리 가져다 놓는 ‘디지털 유통’도 강화했다.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 투자, 코로나19 방역비용(1억3000만달러),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일회성 손실(2억9600만달러)도 반영됐다.쿠팡은 올해부터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는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1분기 매출 총이익률이 2.5%포인트 이상 올라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유료 회원제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신규 회원의 멤버십 비용을 4900원으로 올렸다. 기존 와우회원은 여전히 월 2900원의 기존 요금을 적용받고 있으나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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