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3일 18: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 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증시 침체로 BBB급 채권 시장의 큰 손 하이일드펀드의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6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예정하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61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300억원을 모집한 1년 6개월 만기물은 청약이 10억원에 그쳤고 2년 만기물에 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추가 주문을 받아 발행 규모를 소폭 증액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대했던 최대 1200억원 규모에는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 회사채 투자자로 증권사 리테일 본부가 개인 고객용 투자 상품을 내놓기 위해 대거 참여했고 보험·연기금 등 투자기관들도 청약했다. 반면 하이일드펀드의 주문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까지는 기업공개(IPO)에서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노린 하이일드펀드가 BBB 등급 채권을 대거 인수했다. 하이일드펀드는 자산의 45%를 비우량 채권과 코넥스 주식으로 담으면 공모주 물량 중 5%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고 전쟁이 벌어진 여파 등으로 증시가 침체되고 IPO 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하이일드펀드들도 몸집을 줄이고 있다.
한편 한진칼은 2년물을 증액하고 1년6개월물을 줄여 최대한 조달금리를 낮춘다는 전략이다. 이날 주문이 몰린 한진칼 2년물 회사채 금리는 BBB등급 회사채 평균인 연 6.45%대에 비해 대폭 낮은 4.7%에 불과하다. 한진칼 회사채는 신용등급이 BBB0 등급으로 낮은 편이나, 정부 지원 가능성과 독점적 시장지위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부도 위험이 낮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에선 2년물에만 개별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청약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년6개월물은 개별민평금리가 4%에도 못미쳐 2년물에 비해 투자자들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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