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쇼맨’은 근대적 서커스의 창시자인 피니어스 바넘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다. 영화는 개봉 당시 국내외에서 악인인 바넘을 미화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그만큼 바넘의 삶과 업적들이 당시는 물론, 현대의 기준으로 봐도 논란의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바넘은 장애인과 외국인을 전시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문제의 사업가였다. 동시에 이들 한 명 한 명과 계약서를 체결하고, 당시 기준으로 높은 임금을 준 이색적인 인물이었다. 바넘은 말년에 노예해방운동가가 됐고, 브리지포트시의 시장을 지내기도 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세기 미국은 마케팅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던 시대였다. 바넘은 그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누구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포장한다. 어떤 무대가 등장하고 공연이 이뤄지는지보다는 ‘환상적인’ ‘이국적인’ 등의 표현을 핵심으로 내세워 관객들에게 ‘당신이 있고 싶은 곳이 바로 여기’라고 유혹한다.
바넘의 이런 전략은 훗날 ‘바넘 효과’라는 말이 생겨나게 했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정보를 내세워 소비자가 알아서 상품과 친밀감 및 일치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바넘 효과의 핵심이다.
바넘 효과는 마케팅업계에서 애용하는 전략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올 들어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MBTI(심리유형검사) 마케팅이 바넘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MBTI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성격 테스트를 하게 해 스스로 자신이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탐색하게 만든다. 자신을 탐구하고, 이를 외부와 공유하기를 즐기는 MZ세대에게 특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는 2020년 4월 MBTI 기획전을 열고 소비자의 MBTI 유형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배달의민족, 휠라코리아 등 젊은 세대가 주 고객층인 기업들도 비슷한 캠페인을 올해 선보였다.
하지만 위기는 빠르게 다가온다. 바넘의 공연을 본 평론가들은 그의 공연이 ‘천박하기 그지없다’며 비난하고 나선다. 특히 바넘을 자극한 것은 미국 지식인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던 평론가 베넷의 기고였다. 베넷은 신문 기고에서 바넘의 쇼가 거짓말투성이에 가짜들을 나열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바넘은 위기를 정면돌파하기로 결심한다. 아예 공연장 이름을 ‘바넘의 서커스’로 바꿨다. 공연을 비난한 베넷의 칼럼을 지참한 관객에게는 다음 공연에서 표값의 50%를 할인해주겠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한다. 이 덕분에 바넘과 그의 서커스는 바다 건너 영국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초청받을 정도로 크게 성공한다. 전범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2. 바넘 마케팅 방식의 긍정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대해 토론해보자.
3. ‘바넘효과’란 무엇인지 본문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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