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제3회 영어덜트 소설상을 모집하고 있는데 공모 요강에서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스토리의 재미와 감동을 즐길 수 있는 소설, 몰입감 넘치는 페이지 터너이면서 동시에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는 작품을 기다린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영어덜트 소설상이 관심을 끄는 것은 창비가 장르소설 공모에 나섰다는 점과 함께 1회 당선작인 박소영 작가의 《스노볼》이 큰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스노볼》이 출간되자마자 CJ ENM에서 영상화를 확정했으며, 미국 등 3개국에 번역 수출을 계약했다.
요즘 공모전에 당선되어도 웬만해서는 눈길을 끌기가 어려운데 《스노볼》에 러브콜이 쏟아진 이유는 뭘까. 공모 요강의 요구 가운데 하나인 ‘몰입감 넘치는 페이지 터너’에 정확히 부합하기 때문이다.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미국 영화 ‘트루먼쇼’를 떠올리게 하는 기상천외한 내용이 어떻게 그려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스노볼 액터들의 리얼리티를 지켜보는 것이 바깥세상 사람들의 유일한 낙이다. 거대한 스노볼을 운영하는 이본 그룹과 액터들을 조종하는 디렉터 차설, 이들의 간교한 악행을 알 길 없는 차가운 세상 사람들은 스노볼 액터가 될 날을 꿈꾸며 힘든 삶을 이어간다.
열여섯 살 소녀 전초밤의 롤모델은 스노볼 최고의 액터 고해리. 자신과 얼굴이 거의 똑같은 고해리를 한 번 볼 수 있기를, 그녀처럼 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꿈같은 일이 일어난다. 스노볼 최고의 디렉터 차설이 전초밤을 찾아와 고해리 자리에 대신 들어갈 기회를 제시한다. 꿈의 공간 스노볼에서 고해리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건 그곳도 결코 편하지 않다는 걸 암시한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전초밤은 잠시 갈등하고 망설이지만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나 화려하면서 완벽한 고해리로 다시 태어날 것을 결심한다. 전초밤이 스노볼에 입성하는 순간부터 엄청난 일들이 연이어 몰아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난과 시련, 모험과 사랑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영어덜트 소설이 사랑받고 있다. 《헝거 게임》 《메이즈 러너》 《트와일라잇》 《해리포터》 같은 해외 영어덜트물은 블록버스터 영화로 거듭나 엄청난 각광을 받았다.
한국형 영어덜트 시리즈는 ‘가족애와 우정, 연대의 정서로 꿈을 잃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인생과 성장의 의미를 묻게 만든다’는 차별점을 갖고 있는 만큼 또 다른 성장을 기대하게 된다. 세계를 뒤덮은 K열기와 함께 한국의 영어덜트물이 세계를 어떻게 매료시킬지 자못 궁금하다. 《스노볼》을 읽으며 영상화와 K영어덜트의 미래를 상상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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