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관계자는 “김혜경 씨는 9일 본투표 때 비공개로 투표할 것으로 안다”며 “사후에 사진 등으로 공개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혜경 씨는 이 후보가 이날 서울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투표할 때 동행하지 않았다. 통상 주요 대선 후보는 배우자와 함께 투표하고 언론에도 이를 노출해왔지만, 이 후보 내외는 투표 날짜를 달리한 것이다. ‘공무원 상대 갑질 논란’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부인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질 경우 선거 막판 지지층 집결을 유도하려는 이 후보의 메시지가 퇴색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혜경 씨는 지난해 7월 당내 경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이 후보를 도왔다. 이 후보와 함께 지방 유세에 동행하거나 ‘나홀로 유세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1월 말 전 경기도 7급 공무원이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사적 심부름, 황제 의전 등에 관한 의혹을 제보하면서 운신 폭이 줄었다. 급기야 지난달 9일 사과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 후보와의 동행 투표도 김혜경 씨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는 서울 서초1동 주민센터를 찾아 사전투표를 했다. 윤 후보가 지역 유세 일정 때문에 부산에서 사전투표를 한 이유도 있지만 허위 경력 기재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을 감안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건희 씨는 투표장에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 계열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빨강 양말을 신고 나왔다. 사전투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는 “고생 많다”고 짧게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의 배우자 모두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선거 막판까지 공개 등판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두 후보 배우자는 비공식 활동을 통해 후보들을 지원하고 있다. 김혜경 씨는 지난달 15일 이 후보와 함께 부산을 방문하는 등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건희 씨는 자신과 윤 후보에게 제기되는 ‘무속 논란’ 등을 잠재우기 위해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와 봉은사 원명 스님을 만나는 등 ‘외곽 지원’을 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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