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네 번째 철수'…위기인가 기회인가

입력 2022-03-05 06:4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안 대표는 거대 양당 후보들에 비해 넓은 지지 스펙트럼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번 하차를 두고도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새정치' 열풍을 몰고 정치권에 등장한 안 대표의 중도 하차는 이번이 네 번째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50%에 달하는 지지율을 얻었으나, 당시 지지율 5~10%를 횡보하던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이 과정에서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안 대표는 2012년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지만, 이때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대적하기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착수했다. 이견 조율에 실패한 안 대표는 "문 후보와 저는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고, 이후 박 후보가 승리하면서 '반쪽짜리 단일화'라는 혹평도 나왔다.

세 번째는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안 대표는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그 결과 오 후보가 야권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그렇게 2022년 3월 3일, "반드시 완주한다"던 안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결국 네 번째 철수를 했다.

안 대표는 이날 "안철수, 윤석열 두 사람은 오늘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 오직 국민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의 변혁과 혁신을 위한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면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이번 결정이 그의 정치 행보에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야권에서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조건 없는 단일화'에 합의한 안 대표를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안 대표의 고향인 부산을 찾아 "안 후보는 단일화로 사퇴했지만, 이는 '철수'한 게 아니라 정권교체를 해서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진격'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여권에서는 '또 철수했다'는 취지의 조롱 섞인 비난을 쏟아냈다. 아울러 안 대표가 향후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마련하기 위한 '이면 합의'를 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국무총리직 등을 약속받지 않았겠냐는 목소리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인 우상호 의원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행정을 하고 싶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보니까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단일화 선언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으로는 열심히 입법 활동을 했지만, 행정적인 업무는 하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안 대표 지지자들의 반응도 정확히 둘로 나뉘었다. "이준석 대표로부터 그렇게 조롱을 당해놓고도 단일화를 할 수 있냐"며 지지 철회 의사를 밝힌 이들이 있는 반면,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일 테니 이해한다"는 지지자도 상당수 있었다.

안 대표는 현장 유세 등 본격적인 윤 후보 지원 사격에 돌입하기에 앞서 지나온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그는 단일화 선언 이후 당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자필 편지를 통해 "저의 완주를 바라셨을 소중한 분들, 그리고 저를 지지하고 사랑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단일화가 안 된 상태에서 정권교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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