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은 경제적 약자부터 핍박하지만, 대항하기도 어려워 ‘소리 없는 대량살상무기’로 불린다. 쥐꼬리만큼 오른 월급도, 몇 푼 들어온 재난지원금도 모두 무위(無爲)로 돌려 버린다. 특히 식료품 등 식탁물가 오름세로 가계의 타격이 크다. 그동안 꾸준히 오름세였던 소고기 김밥 짜장면 김치찌개 등 외식물가가 지난달엔 6.2% 뛰어 14년 만에 최고였다. 지난해 12.9%로 21년 만의 최고치였던 엥겔계수(가계 소비지출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가 올해는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물가 급등의 주된 원인이 석유 식량 등 원자재 가격 폭등과 환율 상승 등 대외 변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부와 정치권의 무분별한 현금 살포도 큰 몫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인플레 위험 속에 계속 돈을 푸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권은 지난해 각종 명목으로 413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유동성을 살포했다. 올해도 예산(608조원) 중 3분의 1을 선거가 있는 1분기 안에 쓰겠다며 돈 풀기에 여념이 없다. 이러니 정부가 그 어떤 물가대책을 낸들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대책이라는 것도 유류세 인하 연장, 비축물량 방출 등 뻔한 처방이고, “가격정보 교환도 담합”이라며 기업에 으름장을 놓는 수준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가 급등, 무역·재정수지 적자,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우리 경제에 ‘퍼펙트 스톰’ 경고가 울린 지 오래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 임기 동안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서 3만5000달러가 됐다”는 등 자화자찬 일색이다. 이러니 민생위기에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말년 없는 정부가 될 것 같다”고 말만 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민생을 위한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