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대 日 아파트 투자라면 이곳…전문가 추천 1순위는?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2-03-05 07:55   수정 2022-03-05 18:14


일본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의 가격은 얼마일까.

일본 최고가 아파트는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의 파크맨션히노치초공원이라는 7층짜리 아파트다. 최상층 580㎡(176평·전용면적)이 55억엔(약 571억원)에 거래됐다. 3.3㎡(1평) 당 가격이 3129만엔에 달한다.


일본의 비싼 아파트 20위까지 모두 평단가가 모두 1억원이 넘는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아파트들은 공개적으로 매물로 나오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어서 공개된 거래 금액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매매가 이뤄진다고 일본 부동산 전문가는 귀띔했다.


일본의 고급 아파트들은 대부분 도쿄의 강남3구에 해당하는 지요다 미나토 주오구에 있고, 타워맨션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요다구에는 총리 관저와 국회 의사당이, 주오구에는 일본 최고급 쇼핑가인 긴자가 있다. 일본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미나토구는 세계에서 대사관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지역(82개)이라는 점도 집값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황궁을 둘러싼 지역이라는 점도 '도쿄의 강남3구' 집값이 비싼 요인으로 꼽힌다. 일왕이 거주하는 황궁 근처이기 때문에 치안이 확실한데다 일본인들은 황궁 근처에 사는데 대한 프라이드가 있다는 것이다.


왕과 가까운 곳에 산다는게 자랑거리가 된다는 점이 한국인 입장에서 선뜻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재료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日 부동산 전문가의 도쿄 아파트 투자비법 (1) 에서 지요다 미나토 주오구 등 도심 3구는 연 3%대, 시부야 신주쿠구는 연 4%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도쿄 북쪽 기타구의 아파트는 연 7%까지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집값은 싼데 임대료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가능한 수치다.


그런데도 부동산 전문가들이 도심 5구를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임대를 놓기에도, 매각할 때도 도심의 물건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본 3대 종합 부동산 기업 S사의 조민수 거래사는 1억~1억5000만엔짜리 아파트 투자 1순위로 도쿄 도심 5구의 타워맨션을 추천했다.

타워맨션은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를 말한다. 한국의 고층 아파트 단지와 달리 일본의 타워맨션은 보통 1~2개 동, 많아야 3~4개 동으로 구성된다. 대신 1개 동이 1000세대 가까이로 구성돼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건물 한 동에 웬만한 읍이나 면의 인구가 사는 셈이다. 하나의 도시나 다름없는 만큼 건물 안에 슈퍼마켓은 물론 골프 연습장, 도서관, 키즈룸, 게스트하우스 등 각종 편의시설이 다 갖춰져 있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단독주택이나 저층 아프트에 산다. 그래서 타워맨션은 한 번쯤 살아보고 싶어하는 동경의 대상이라고 한다.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의 엘리트 공무원 2명이 국민에게 지급할 코로나 지원금 일부를 가로챈 사실이 드러나 일본 전체가 떠들썩했다. 이들의 비리가 꼬리를 잡힌 계기가 '공무원 신분으로 타워맨션에 살고 외제차를 굴린다'는 첩보였다.


일본 언론들이 '공무원이 타워맨션에 외제차'라고 대서특필하자 일부에서는 '공무원은 타워맨션 살면 안되냐'고 반박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인에게 타워맨션이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이 도심 5구의 타워맨션을 1순위로 추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규모도 크고, 부의 상징인 만큼 타워맨션은 미쓰비시지소, 미쓰이부동산 등 일본 '톱 클래스' 건설사들이 자사의 이름을 걸고 짓는다.


단순히 건물 한 동을 올리는게 아니라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게 일반적이다. 주변 일대의 토지를 한꺼번에 사들여서 대형 오피스 빌딩, 종합 쇼핑몰, 호텔, 타워맨션 등으로 구성된 도심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 최고를 자부하는 부동산 대기업들이 자사 브랜드를 내세워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도심 1급지에 최고 기술과 최고급 자재를 총동원한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했다. 역세권(일본의 역세권은 지하철역에서 도보 15분)인건 당연하고, 투자전망도 밝다는 분석이다.


일본도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꼭지에 다다랐다'고 우려하는 투자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역세권의 고급 아파트와 타워맨션은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부동산 투자대상으로 꼽힌다. 1000세대 가량이 몰려 있다보니 임대와 매매 모두 수급상황도 안정적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의 다양한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는 투자대상이 타워맨션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에서 부동산을 고를 때는 '1LDK', '2LDK'와 같은 용어부터 배우는게 기본이다. 앞의 숫자는 방의 갯수, 'L'은 거실(Living), 'D'는 다이닝룸(Dining Room), 'K'는 주방(Kichen)을 나타낸다.


하지만 투자목적으로 부동산을 고를 때는 이 같은 용어를 무시해도 된다는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집의 구조보다 투자예산에 맞는 물건과 평당 가격, 수익률을 따지는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거주할 집을 고르는게 아니라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1억엔짜리 아파트라도 롯폰기나 히노키초공원 같은 최고급 주택가라면 1LDK, 도심이라도 상대적으로 싼 지역이라면 3LDK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알려진 대로 일본의 아파트는 한국보다 훨씬 작다. 일본 도심의 타워맨션은 70~80㎡(약 20~25평)의 2LDK가 가장 일반적이라고 조 거래사는 설명했다.

투자대상 선정의 마지막 단계는 준공한 지 1년이 안되는 신축 아파트냐, 중고 아파트냐를 선택하는 것이다. 일본은 청약제도가 없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로또 아파트'가 존재하기는 힘들다.

신축과 중고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신축의 최대 장점은 중개수수료가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의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집값의 '3%+6만엔'으로 정해져 있다. 1억엔짜리 신축 아파트를 산다면 중개수수료를 306만엔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대신 새 아파트이기 때문에 임차인을 모집하는 기간 동안 투자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일본에서 임차인을 모집하는데는 보통 3개월이 걸린다. 매월 약 30만엔의 대출원리금을 상환하고 수만엔의 관리비용이 빠져나가는데 3개월 동안 수익이 '제로(0)'라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고 아파트는 중개수수료가 들지만 이미 임차인이 거주하는 물건을 매입하기 때문에 투자와 동시에 수익이 발생하는 장점이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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