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으로 도쿄의 10억원대 고급 아파트를 사서 5년 만에 9억원으로 불리는 투자법 3번째 편은 투자 후 수익이 발생하는 원천인 임대제도다. ▶관련기사 '도쿄 최고급 아파트' 5억에 산 한국인…두 배로 불린 비결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의 임대계약은 보통임대차계약과 정기임대차계약으로 나뉜다. 계약형태에 따라 투자가, 즉 집주인의 권리가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보통임대차계약은 계약기간이 대체로 2년인데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권한을 임차인이 갖는다.
2년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월세 1개월분의 갱신료만 내면 임차인이 그만 살고 싶을 때까지 살 수 있다. 월세도 올리지 못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이제 그만 살겠습니다"라거나 그럴리는 없겠지만 "요즘 힘드실텐데 월세를 올려드릴게요"라고 할때까지는 월세를 올릴 수도 임차인을 내보낼 수도 없다.
임차인이 계약 종결 권한을 갖는 일본의 월세 제도는 집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념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는 방식이다. 일본인들은 '집은 보유하는게 아니라 월세 내고 빌려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게 일본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집을 투자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런 나라에서 집주인이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월세를 올려달라, 집을 비워달라' 해서는 2년마다 자녀들은 전학을 가고, 부모는 출퇴근길이 바뀌게 된다. 임차인에게 계약 종료에 관한한 절대적인 권한을 줘서 거주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보통임대차계약이다.
대신 집주인도 그만큼 보상을 받는다. 처음 계약을 맺을 때 임차인이 '집을 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의미로 월세의 1~2개월치를 낸다. 레이킨(?金)이라고 한다. 레이킨은 계약기간이 끝나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집주인의 돈이다.
월세 1~2개월치 만큼 보증금인 시키킨(敷金)도 따로 받는다. 한국은 임대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게 관례다. 일본은 임대기간 동안 손상된 집을 원상회복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빼고 돌려준다. 여기에 계약을 연장할 때마다 월세 1개월치의 갱신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서 집주인의 권리도 보장한다.
정기임대차계약은 집주인이 계약종료의 권한을 갖는다. 일본에서는 보통임대차계약이 일반적이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자용 아파트의 경우 3~5년짜리 정기임대차계약을 맺으라고 조언한다. 지금처럼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는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임대료를 올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 및 임대가 기대한 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 임차인의 여러가지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하고, 월세를 체납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이러한 일을 대신 해주는 부동산 관리회사가 매우 잘 갖춰져 있다.
왠만한 규모의 아파트는 모두 부동산 중개회사나 아파트 단지 관리소와 별도로 부동산 관리 전문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부동산 관리회사가 매년 정기점검을 하고 임차인의 애로 사항을 모두 해결해 준다.
해외 투자가들은 임차인이 바뀔 때마다 집이 상하는게 아닌지 걱정이 될 수 있다.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소유 부동산을 자주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시키킨이라는 보증금을 받고, 임대기간이 끝나면 원상회복에 필요한 비용을 빼고 돌려준다.
도쿄도의 경우 청소비는 물론 벽지의 변색, 소파를 놓은 자리의 바닥재 손상, 가스레인지 팬 오염 등 발생할 수 있는 상황별로 원상회복비용을 보증금에서 제할 지를 정한 매뉴얼이 있다. 부동산 관리회사는 임차인이 바뀔 때마다 이 매뉴얼을 토대로 원상회복 비용을 받아준다.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임차인이 나가면 벽지부터 바닥까지 교체한다. 이 때문에 건축연수가 오래된 건물이라도 내부는 새집처럼 깨끗한 곳이 많다. 이 모든 부분을 부동산 관리회사가 맡아 준다. 계약 체결부터 종료까지 임대인과 임차인은 말 한마디 안섞고도 집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대신 월 임대료의 3~5%를 관리회사에 낸다. 여기에 매월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이 추가된다. 일본 부동산 물건 매매정보지를 보시면 물건별로 월 관리비와 수선충당금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지진이 많은 일본은 장기수선충당적립금이 비싼 편이다. 타워맨션은 장기수선충당금이 특히 비싸다. 과거 고층건물의 내진설계는 지진이 올 때 건물이 흔들리도록 해서 무너지는 것을 막는 방식이었다. 하지막 건물이 휘청거리기 때문에 고층부 거주자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컸다.
최근 일본의 타워맨션은 내진설계가 아니라 면진설계로 지어진다. 건물 아래에 거대한 고무범퍼를 달아서 지진파를 퉁겨내는 방식이다. 지진이 와도 고층건물의 고층부가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대신 이 고무범퍼를 20~30년마다 교체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장기수선충당금도 비싸진다.
보험료도 투자가 부담이다. 화재보험은 의무, 지진보험은 선택이다. 화재보험은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10년 단위 계약이 일반적이다. 10년간 보험료가 15만엔 가량이어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는 평가다.
지진 보험은 5년 계약에 3만~5만엔이다. 화재보험보다는 비싸지만 지진으로 집이 망가질 위험에 비하면 싸다고 느끼는 집주인이 많아서 의외로 가입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관리회사 비용, 관리비, 충당금, 보험료 등의 비용을 반영하면 연 수익률이 0.5%포인트 가량 낮아진다.
월세 체납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임대료가 일정 금액 이상인 아파트의 경우 임차인이 집을 빌리려면 보증회사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 임차인이 월세를 체납하면 보증회사가 3~6개월까지 월세를 대신 납부해 준다. 일본 부동산 전문가는 "집주인이 월세를 체납한 임차인을 내보내고 새로운 임차인을 모집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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