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위기에 처했던 2020년 CEO로 발탁된 팔리는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포드의 영광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전기차 관련 계획을 공개하면 포드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그의 목표 중 하나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이기는 것이다. 포드가 아니더라도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자동차 기업이라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팔리는 1990년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하며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판매, 마케팅 및 소비자 관리 업무 등을 하며 역량을 인정받아 고위 임원에 올랐다. 무엇보다 마케팅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팔리는 2007년 할아버지의 직장인 포드에 합류했다. 2010년에는 글로벌 마케팅, 영업, 서비스를 총괄하는 부사장에 올랐다.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포드의 차세대 CEO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다.
팔리의 전임인 짐 해킷이 CEO로 재직했던 2017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포드 주가는 40% 가까이 떨어졌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포드는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종목 중 하나로 꼽혔다. 반면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세계 자동차산업과 미국 증시를 뒤흔들고 있었다.
결국 포드는 CEO 교체를 결정하고 2020년 8월 팔리를 신임 사령탑으로 발탁했다. 그해 10월 1일 CEO에 오른 팔리는 마주치는 직원들을 붙들고 “지금 포드에 필요한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도요타에서 그가 배운 겐치겐부츠(現地現物·현장을 반드시 확인) 원칙을 활용했다.
팔리는 집에 TV를 두지 않을 만큼 독서광에 일 중독자인 CEO로 통했다. 그의 스트레스 해소법인 카레이싱에 임하는 자세처럼 공격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직원들에게는 다소 버거운 리더일 수 있지만, 포드를 위기에서 건져내는 데는 필요한 자질이기도 했다. 팔리는 월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설명회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트위터 등을 통해 투자자 및 주주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기도 했다.
그의 노력은 포드 주가 상승으로 반영됐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뉴욕증시에서 포드의 시가총액이 5년여 만에 제너럴모터스(GM)를 추월했다. 지난해 연간 포드의 주가 상승률은 136%로 미국 S&P500 기업 중에서도 최상위 성적을 냈다. 지난 1월에는 포드 역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넘겼다. 이렇게 시장의 마음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포드의 전기차 전략이었다.
지난 2일 팔리는 전기차에 더 힘을 싣기 위한 분사 계획을 발표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포드의 전기차 부문(포드모델e)과 내연기관차 부문(포드블루)을 나누는 것이다. 팔리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업에는 각각 다른 기술과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드는 2026년까지 전기차 사업에 500억달러(약 60조원)를 투자해 그해까지 연 200만 대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포드가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 대수는 2만7000여 대다. 영업이익률 전망치도 기존 8%에서 10%로 올렸다.
픽업트럭으로 대표되는 포드의 내연기관차 부문은 현금을 창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포드는 F시리즈 픽업트럭만으로도 연 4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맥도날드,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을 능가하는 액수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포드 주가는 전날보다 8.38%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포드가 전기차 시장에서 얼마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쟁이 뜨겁기 때문이다. 세계 전기차 산업을 대표하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GM,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모두 전기차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내놨다. 팔리는 “전통의 자동차 기업뿐 아니라 신생 기업까지 모두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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