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올 들어 뚝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24일 8만800원까지 반등에 성공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이어 최근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악재로 부상했다. 일각에선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가능성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지나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이한 것은 주가는 하락세인데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짓눌렀던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들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일본 기옥시아가 함께 운영하는 일본 낸드플래시 공장이 원재료 오염 문제로 약 한 달간 공장 가동을 멈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메모리 반도체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반도체 노광 공정에 주로 사용되는 네온 가스의 세계 최대 공급처가 우크라이나이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반도체 업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사태 때의 경험으로 우크라이나산 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산 비중을 높이면서 대비해 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고객사 입장에서는 공급이 빠듯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반도체를 미리 쟁여놓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 반등 예상 시점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즈는 지난 2일 낸드플래시뿐만 아니라 D램 고정거래 가격도 올 2분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올해 주요 업종에 대한 실적 전망이 줄줄이 꺾이는 가운데 반도체는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약 59조원, SK하이닉스는 16조원으로 전망된다. 각각 지난해 대비 14%, 30%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메모리 기업의 주가 하락폭이 지나치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전쟁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인공이 비메모리였다면, 올해는 메모리가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전문위원은 “올해 공급망이 정상화되고, 제품 가격이 올라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 메모리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비메모리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