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산업의 컨트롤타워를 정립하는 문제는 2010년 이후부터 광고업계와 광고학계에서 강조해 왔지만 여태껏 진척되지 않고 있다. 광고라는 하나의 파이를 놓고 진흥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규제 업무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담당해 왔다. 광고라는 영토가 전쟁에서 이긴 승전국의 분할 통치 대상이라도 된다는 것일까? 매체에 따라서도 인쇄 광고는 문체부, 방송 광고는 방통위, 인터넷 모바일 광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옥외 광고는 행정안전부에서 관장하는 현실이다. 광고나라 사람들은 강대국이 분할 통치하는 나라의 국민들처럼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정도다. 광고 관련 주무 부처가 네 개로 쪼개지면 통합적 관점도 효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광고산업 육성 정책이라 할 수 없었고, 광고 매체의 플랫폼 정책에 가까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광고산업계에서는 광고 관련 부처의 일원화를 건의했지만, 각 부처는 광고산업 활성화에 나서지도 않고 다른 곳에 이관하지도 않는 계륵(鷄肋)처럼 대했다. 붙들고 있되 놓지는 않는 부처별 이기주의가 광고산업 발전의 걸림돌이었다. 새 정부에서는 광고 정책을 총괄하는 독임(獨任) 부처를 확정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독임 부처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광고업계와 광고학계의 오랜 중론을 받아들여 정부의 한 부처에서 광고 정책을 주관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책임 부처의 공무원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컨트롤타워를 운용하고, 산하기관의 보완성이 뒷받침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광고산업진흥법 제정도 시급한 당면 과제다. 국가와 사회 및 국민에게 미치는 광고의 긍정적 기능이 많은데도 물질주의 조장, 문화 수준의 획일화, 상품 구매 조장 같은 역기능 때문에 긍정적 영향이 경시됐다. 문화 콘텐츠, 고부가가치 창출, 타 산업과의 연관성 유발, 창조산업, 공익성, 대중매체 재원 제공 등이 그동안 경시돼 온 광고의 긍정적 기능이다. 특히 광고의 취업 유발효과는 문화 콘텐츠 산업 중에서 1위, 생산 유발 효과는 2위일 정도로 다른 인접 산업보다 높은데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전체 광고 사업자의 97.5%(7600여 개사)가 50인 이하 소규모 중소사업자다. 외부 지원이 없다면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소 광고 사업자의 현실은 어렵다. 더욱이 게임과 만화를 비롯한 다른 콘텐츠 분야에는 진흥법이 있지만, 4차 산업 중에서 광고 분야만 산업 진흥을 위한 근거법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내 광고 시장에서 2021년 말 디지털 온라인 광고 매체비는 6조원으로 광고 매체 시장의 50%를 차지했지만,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광고비의 79% 이상이 글로벌 기업으로 유출됐다. 글로벌 광고 동향을 분석하는 이마케터는 2023년 모바일 광고비가 전체 매체비의 60.5%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앞으로 해외로 유출되는 광고비는 더 늘어날 것이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1조원을 벌었다지만 한국 제작사는 고작 200억원을 받았고 나머지는 넷플릭스 수익으로 돌아갔다. 국내 광고산업에 재투자되지 않고 해외로 유출된 유튜브 광고비는 2021년 1조4547억원이고, 4500억원의 미디어 재원이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로 유출됐다. 글로벌 플랫폼 업체가 국내 광고로 벌어들이는 엄청난 돈이 국내 광고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환원되지 않고 해외로 유출되는 비율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광고산업 환경은 대내외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광고산업 진흥을 위한 제반 여건을 조속히 마련한다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고 막대한 국부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2021년 말 국회에서 발의된 광고산업진흥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새 정부의 틀을 만드는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은 광고산업 정책을 담당할 컨트롤타워 정립과 광고산업진흥법 제정이라는 두 가지 현안에 주목해 역대 정부에서 손 놓고 있던 광고나라 국민들의 바람을 적극 경청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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