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숲은 침엽수인 소나무가 주요 수종이다. 불이 잘 붙는 송진이 연료 역할을 하는 데다 솔방울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탓에 불이 커지는 주범이 된다.
소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무성해 송진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1000도 이상 열기를 내뿜는다. 여기에 서고동저(西高東低) 지형이 유발하는 봄철 건조 기후와 양간지풍(襄杆之風: 양양과 고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독특한 국지적 강풍이 겹쳐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
산림청과 소방청 등은 올 들어 이 일대에서 산불이 늘어난 핵심 이유로 심각한 ‘겨울 가뭄’을 꼽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13.3㎜에 머물러 평년의 14.6%에 그쳤다. 이런 와중에 4~6일 강원 영동지역과 경북 내륙 및 동해안지역에 순간 풍속이 초속 25m를 넘는 강풍이 몰아침에 따라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빠르게 확산됐다는 게 산림·기상당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동해안 숲에서 대형 산불이 나 피해가 커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불에 잘 타지 않는 참나무나 황철나무 등을 소나무와 섞는 혼합림을 조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상수리나무 참나무 같은 활엽수는 물을 많이 머금고 잎이 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이 잘 붙지 않는다”며 “수종 갱신을 통해 활엽수림을 늘리는 것도 산불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동해안 일대가 대부분 마사토 지역이어서 활엽수가 자라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나무는 송이와 같은 특용작물 등 산림 소득을 올리는 데 유리해 수종 변경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산림청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소나무에 둘러싸인 마을은 서풍을 피해 숲 위치를 바꾸고, 반대로 영향이 적은 지역은 송이 생산 등을 할 수 있도록 조림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번에 피해를 본 산림을 복구하는 데는 50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피해 면적이 1만㏊가 넘는 대형 산불로 피해 조사에만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산림청은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오는 6월 이전에 응급 복구를 하고, 피해 조사가 마무리되면 항구 복구에 나설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다시 건강한 숲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5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산불에 대한 국민의 각별한 주의가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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