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확대에 따른 문제점만 보면 예금보험을 그냥 두는 게 쉬운 결정일 수 있다. 예금자보호 제도를 바꾸면 예금보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일차적으로 금융회사가 지고, 곧바로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를 내세운 정부의 지급보증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소규모 금융회사로 하여금 건전성보다 ‘고위험 돈장사’에 나서도록 부채질할 개연성도 있다. 그런 핑계로, 또 당장 다급한 문제는 아니라며 필요한 대응을 미루기만 하면 언젠가 해야 할 숙제를 쌓아가는 것일 뿐이다. 1억원 정도로 적정 한도를 모색하되, 예상되는 부작용은 감독정책에서 운용의 묘로 최소화할 수 있다. 금융권별 차별화, 상품별로 한도 세분화 같은 방법도 있다.
차제에 정부가 커진 경제 규모를 반영해 함께 볼 ‘5000만원 한도 기준’이 더 있다. 대표적인 게 증여세 면세 기준이다. 증여세 면세도 8년째 5000만원 그대로다. 그사이 커진 경제, 특히 베이비부머 등 고령층 자산이 젊은 세대보다 훨씬 많이 늘어나 증여·상속세 문제는 이제 중산층에도 큰 관심사가 됐다. 경제·사회 여건 변화를 반영해 이 기준을 올리면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성인 자녀의 결혼, 첫 주택 구입, 아이 출산 때에 맞춰 각각 3000만~5000만원 등으로 추가 면세 증여가 가능하면 저출산 해결에도 일조할 수 있다. 미국은 증여세 면제 한도가 2010년부터 꾸준히 올라 1170만달러(약 142억원)에 달한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도 5000만원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지난해 올린 게 이 정도다.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고 창업을 유도하려면 이 기준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2000만원인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을 2023년부터 5000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2년 전 결정을 돌아보면 사회적으로 큰 무리가 없었다. 세 부담은 줄이되 경기를 살려 세원을 넓혀나간다면 모두 어려울 게 없다. 증여세나 벤처 스톡옵션 면세 확대로 세수가 표시날 정도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경제 규모를 반영하는 유연한 행정’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예금보호 한도 늘리기나 면세 기준 올리기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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