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 혁신으로 산업을 최적화하겠다”며 “디지털 정보 인프라와 5세대(5G) 통신 규모화를 통해 산업 디지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 혁신 및 공급 능력을 향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 재정부는 과학기술 예산을 지난해보다 7.2% 늘린 1조417억위안(약 200조6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재정부는 작년에도 과학부문 예산을 전년 대비 7.2% 증액했다.
중국은 또 올해 국방 예산을 작년에 비해 7.1% 늘린 1조4504억5만위안으로 정했다. 2019년(전년 대비 7.5% 증액) 이후 3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2020년과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면서 국방비 증가율을 6.6%와 6.8%로 낮췄다가 이번에 다시 높인 것이다. 올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도 국방 예산을 증액한 것은 미·중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화하는 대(對)중국 견제 행보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 정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예년과 달리 ‘에너지 집약도’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에너지 집약도는 국내총생산(GDP)을 창출할 때 투입되는 에너지의 소비량으로 보통 ‘1000달러당 석유환산t(석유 1t의 발열량)’으로 표기한다.
중국은 지난해 에너지 집약도를 3%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 전인대에서 확정한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2021~2025년)에 제시된 목표를 따르되 적당한 탄력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14차 5개년 계획의 에너지 집약도 감축 목표는 총 13.5%다. 중국이 올해 연간 에너지 소비 감축 목표를 내놓지 않은 것은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을 후순위로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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