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기업 물적분할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으로 자산 규모 1조원 이상 상장사가 기업을 물적분할하려면 모회사 주주 가치를 보호할 방안을 스스로 내놔야 한다.
6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물적분할, 합병, 영업 양수·양도 등 기업 소유 구조를 변경하는 기업은 매년 5월 발표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존 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 적시해야 한다. 소액주주의 의견 수렴 여부와 반대 주주의 권리 보호 방안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최고경영자(CEO)의 승계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올해 적용 대상은 자산 규모 1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65곳이다. 2026년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로 확대된다.
LG화학에서 분리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는 등 최근 일부 기업의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나온 대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법적 장치도 조만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은 강제가 아니라 권고사항”이라고 했지만 업계는 사실상 물적분할 후 재상장에 대한 규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이 전략적인 경영 판단을 할 때마다 소수 의견을 수렴하느라 허송세월해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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