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와 관련해 ‘부실관리’ 책임론에 휩싸였다. 확진·격리자는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 5일 오후 5~6시에 투표해야 했는데, 선관위가 확진·격리자의 경우 투표자 본인이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지 못하도록 하고 일부 투표자가 이에 항의하면서 혼란이 불거졌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하지 않은 채 투표장에서 발길을 돌렸고, 일각에선 ‘투표 부정’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선관위가 미흡한 준비와 안이한 대처로 혼란과 의심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관위 조치는 투표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도록 한 공직선거법 158조 위반이란 지적도 나온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51조에 ‘투표소마다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과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동선이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또 각 당 참관인이 투표지 운반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부정선거 여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투표소마다 투표함을 1개밖에 놓을 수 없다면 처음부터 확진·격리자와 비확진자의 투표시간을 분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투표일인 3월 9일에는 일반인 투표시간이 오후 6시까지고 확진·격리자는 오후 6시~7시30분에 투표해야 한다. 국회는 최근 선거법을 개정해 본투표일에 일반인과 확진·격리자의 투표시간을 분리했지만 사전투표에선 이런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 법 개정 과정에서 선관위가 투표시간을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펴 국회도 결국 선관위 논리를 받아들였다.
선관위의 홍보도 부실했다. 선관위는 사전에 투표용지를 투표사무원에게 제출하도록 정했지만 이를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는 선관위가 사전에 세세한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을 두지 않은 탓이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에 앞서 5쪽 분량의 매뉴얼을 내부 구성원에게 배포했다. 이 중 투표함과 관련한 부분은 7줄에 불과했다. ‘투표지 투입’ 관련 설명은 ‘격리자 등이 제출한 봉투는 참관인이 볼 수 있는 바구니·상자 등에 담아 지정된 참관인과 함께 사전투표소로 이동’이라고만 돼 있다. 보관함에 대한 일관된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의 역량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선관위 맞느냐”고 비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 안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중앙선관위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경위를 상세하고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판이 이어지자 선관위는 6일 두 차례나 사과했다. 또 “확진 선거인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어야 하는 방법 등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7일 전체 위원회의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엽/오형주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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