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좋은기업 '프레임' 정해놓고 강요…안 지키면 문제기업 낙인"

입력 2022-03-06 17:55   수정 2022-03-07 01:15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에 대해 경제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불거진 물적분할 논란을 이유로 내세워 지배구조와 관련한 규제 수준을 대폭 강화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6일 경제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은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소액주주 보호와 직접 연관성이 떨어지는 내용까지 포함한 것은 과도한 규제이자 물타기라고 지적했다. 경영 투명성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강제성이 없다는 금융위의 설명과 달리 위반 시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기업지배구조서 공시 기한을 지키지 않았거나 내용 중 오류나 누락된 내용이 있으면 정정공시 요구,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벌점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원하는 지배구조 프레임을 정해놓고 기업에 이를 강요하는 셈”이라며 “상법 등 현행법을 준수하는 기업도 프레임을 벗어나면 문제아로 낙인 찍힐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거래와 관련한 공시 강화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계열 기업과의 내부거래를 이사회가 기간, 한도 등을 정해 포괄적으로 의결하는 경우 내용과 사유를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을 주문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계열사와의 반복적인 거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세세하게 공시할 경우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내부거래=부정적인 거래’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의 주요 내용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재할 것을 요구한 것도 논란이다.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항은 기업의 핵심 기밀이자 경영 판단사항인데, 공개를 의무화한 것은 경영 간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각 기업이 자체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승계 정책을 밝히는 사례는 있지만 정부가 기업에 승계 원칙을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국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 100%를 소유하는 물적분할을 단행할 때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함께 제출하라는 대목과 관련해서도 기업에 책임을 떠넘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모기업 주주에게 신주인수권 등을 부여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상법 등 현행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한 대기업의 IR담당 임원은 “현행법에서 소액주주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은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뿐”이라며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대부분 인수권이 지주회사에 돌아가는 결과가 발생하면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준을 평가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매출 상위 대기업의 G(지배구조) 분야 점수는 대부분 ‘A’다. 업종별로 편차가 큰 환경(E) 분야와 달리 대다수 기업이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해 시급하게 개선을 요구할 만한 대목을 찾기 힘들다는 의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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