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업체인 애경산업은 2012년 출시한 화장품 ‘K팩트’의 대히트에 한때 급성장세를 누렸다. 2013년 3500억원대이던 매출은 2019년 7000억원을 넘어서며 두 배로 뛰었다. K팩트의 성공은 부메랑이 됐다. 코로나19로 색조화장품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지난해 매출은 5700억원대로 급감했다. 2018년 8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최근 1만원대로 추락했다.
침체에 빠졌던 애경산업이 최근 ‘글로벌’과 ‘디지털’ 전략을 앞세워 재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올해는 지난 2년간의 매출 하락세가 멈추고 6000억원대 매출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용품업체에 머물던 애경산업은 2010년대 들어 ‘레드오션’인 생활용품 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국내 화장품업체들이 다소 취약한 색조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2년 11월 색조 화장품인 커버팩트 에이지투웨니스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고체 파운데이션에 수분 에센스를 70% 이상 함유한 것이 특징으로 ‘에센스 파운데이션’이란 새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로드숍 대신 홈쇼핑을 주 판매 채널로 활용한 에이지투웨니스는 ‘동안 미인’으로 알려진 견미리 씨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3040 여성 고객을 사로잡았다. 국내 성공 이후 면세점에선 K팩트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렸다. 에이지투웨니스의 성공에 힘입어 애경산업은 창립 64년 만인 2018년 상장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역직구가 막히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화장품업체도 쿠션팩트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색조화장품 수요 감소까지 겹쳤다. 애경산업은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내세워 화장품사업의 부진을 만회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최근 3~4년간 주가가 급락한 배경이다.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미국과 동남아시아 판로 확대에도 나섰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 동남아시아 최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인 쇼피에 입점해 판매를 시작했다. 생활용품 분야에선 헤어케어 브랜드 케라시스를 내세워 일본 러시아 등을 공략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애경산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 순이익은 42% 증가했다. 화장품사업이 반등한 결과란 분석이다. 화장품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5.1%, 영업이익은 119.5% 늘었다. 화장품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74%에 달한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생활용품보다 이익률이 높은 화장품사업의 글로벌 성과가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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