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식시장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 전쟁으로 환율과 유가 등 두 가지 지표가 임계치를 뚫고 상승하면서 시장에 타격을 줬다. 전쟁 장기화 우려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돈이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1년9개월 만에 장중 달러당 1220원대를 넘어섰다.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검토와 이란 핵 협상 지연 소식이 맞물리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 선을 돌파했다.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여기에 물가 상승 및 그로 인한 경기 위축 우려까지 맞물려 주가가 급락했다.
그나마 한국 증시의 하락폭은 작았다. ‘동학개미’들이 오랜만에 존재감을 발휘했다. 코스피지수는 2.29% 하락한 2651.31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약 1조1850억원, 기관투자가는 96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은 2조1100억원에 달하는 기관과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지난해 8월 13일 2조804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1.96%), LG에너지솔루션(-3.38%), SK하이닉스(-4.02%) 등 시총 상위 종목은 줄줄이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7만 전자’가 깨지기도 했다. 이날 하락 종목 수는 755개에 달했다. 유가 상승의 혜택을 보는 에쓰오일(4.35%), 현대중공업(2.19%), 삼성엔지니어링(5.11%), 한국가스공사(2.84%)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코로나19 급락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저가매수 종목은 시총 상위 우량주에 집중됐다. 이날 삼성전자를 6000억원어치 순매수한 가운데 SK하이닉스 삼성전기 현대차 네이버 HMM 등이 뒤를 이었다.
단기적인 반등의 트리거는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팀장은 “시장이 선반영해온 우려와 미 중앙은행(Fed)의 입장 간 격차를 확인할 수 있고, 이후 금리 인상 속도와 강도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베팅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팀장은 “원자재 시장에 현재 투기적인 수요도 더해지면서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완화되거나,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진전이 나타난다면 원자재 가격은 빠르게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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