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렸다 녹여도 '온전'…난소 이식 난제 풀었다

입력 2022-03-07 17:13   수정 2022-03-08 01:40

국내 연구진이 난소 동결·이식술의 ‘난제’로 꼽힌 난소 기능 저하를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성 암 환자의 가임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정렬 산부인과 교수·이강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공동연구팀이 산화질소 방출 나노입자를 활용해 동결 난소의 기능 저하 문제를 개선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난소 동결은 난소 조직을 떼어내 얼린 뒤 나중에 재이식하는 방식이다. 여성의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법이다.

특히 항암 치료를 앞둔 가임기 암 환자와 사춘기 이전의 소아암 환자는 나중에 임신하려면 반드시 난소 동결을 해야 한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생식세포가 손상되면서 가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난소암 등 여성 암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생식기관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난소를 미리 떼어내 보관했다가 항암 치료가 끝난 후 재이식한다.

하지만 동결된 난자를 재이식할 때 난소 기능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난소 이식 후 혈관이 형성되기 전까지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난소 조직 일부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산화질소를 생성하는 나노입자로 난소를 코팅해 혈관 형성 속도를 끌어올렸다. 산화질소는 혈관 생성과 확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독성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화질소를 방출하는 나노입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나노입자로 코팅된 난소는 일반 난소에 비해 난포의 개수와 질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난소 안의 혈관 밀도도 4.78배 상승했다. 난소 이식 후 수정을 시도했을 때 배반포 배아(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 전 단계)가 형성되는 비율도 증가했다.

이정렬 교수는 “그동안 난소 이식의 난제로 꼽혔던 허혈 손상을 최소화하고 혈관 생성을 증가하는 효과적인 신기술을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난소 이식 후 생식 기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의공학 학술지 ‘바이오 패브리케이션’에 실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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