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예감이 현실화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부 노조원이 현장 복귀를 앞두고 별다른 이유 없이 서비스 정상화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7일 대리점연합회의 폭로에 의해 공개됐다. 대리점연합회는 “노조가 4일 파업은 중단하지만 태업은 계속하겠다는 긴급지침을 조합원에게 하달했다”며 “강성 조합원이 밀집한 경기 성남과 광주, 울산, 경남 창원 등 일부 지역에서 대리점과 노조원 사이의 복귀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태업 지침을 내린 적이 없고, 되레 대리점주들이 표준계약서에 주 6일제, 당일 배송 등과 관련한 전제조건을 다는 바람에 현장 복귀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하지만 “파업 전 했던 대로 태업을 이어갈 것이냐”는 한 대리점주의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고 답하는 택배노조 지회장의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노조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경기도의 한 CJ택배대리점장 강모씨(55)는 “노조 조합원들은 오전 11시가 넘으면 물품이 도착하지 않아도 배송을 나가버린다”며 “남은 물건들은 모두 소장과 비노조 기사들 몫이 돼 부담이 극심하다”고 토로했다. 통상 택배대리점에는 오후 1시까지 물품이 도착한다. 노조가 배송을 나간 뒤 도착하는 택배는 최소 하루 늦게 배송된다. 노조 태업의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65일간 파업을 이어가는 동안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이 단식을 단행할 때도 눈길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는 파업 현장에서 노조원들의 선제적 이탈로 이어졌다. “국민, 소상공인, 택배업 종사자의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파업을 풀겠다”는 거창한 파업 종료 이유를 댔지만, 실상은 동력 상실로 인한 자포자기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택배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일부 노조원이 행여 ‘태업으로 대리점주들을 괴롭히면 떡고물이라도 하나 떨어지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판이 아닐 수 없다. 택배사, 대리점주, 소비자 가운데 이런 식의 퇴행적 투쟁을 받아줄 만큼 인내심이 남아 있는 주체는 이제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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