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골라 '싹둑', 암 정복 다가선 면역세포 치료법

입력 2022-03-08 11:21  

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 (4)
우리 몸의 세포는 저마다의 주기에 따라 분열과 증식, 사멸을 반복하면서 몸에 필요한 세포의 수와 기능을 유지한다. 그런데 유전자에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분열하면서 커다란 덩어리, 즉 종양을 형성하는데 이것ㄷ이 바로 암세포다. 이 암세포는 면역계를 피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은 것으로서, 생존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사람의 몸에도 매일 수천 개의 암세포가 생겨난다. 하지만 체내 면역력을 담당하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해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노화, 질병 등의 이유로 면역세포의 수와 기능이 떨어지면 암이 생기게 된다. 이 말은 면역계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암이 발생하지만, 면역계를 잘 조절하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암 치료에는 몸에 퍼져 있는 암세포를 사멸시키거나 성장을 늦추기 위해 약물(항암제)을 사용하는 항암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법이 주로 쓰였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탈모 설사 등을 동반하고,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도 무차별 공격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 때문에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세포만을 골라서 제거하는 ‘항암 면역세포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체내 면역세포에는 T세포, NK세포, 수지상세포 등이 있다. 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 파괴하는 면역 반응의 중심 역할을 한다.

T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찾아내지는 못하고, T세포의 수상 돌기 형태인 수지상세포로부터 암세포에 대한 정보를 받아 활동한다. NK세포는 림프구계의 세포로, 몸 속의 이상 세포를 직접 공격해 사멸시킨다. 이러한 면역세포들을 이용해 체내 면역 반응을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항암 면역세포 치료다.

치료 과정은 이렇다. 환자 본인 또는 공여자의 혈액을 채취해 특정 면역세포(NK세포)를 분리한다. 그 다음 암세포 유전인자를 제거하고 암세포를 찾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는 유전자(CAR·Chimeric Antigen Receptor)를 집어넣어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한다. 이렇게 항암 기능이 강화된 면역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해 치료하는 것이다. 이런 치료법은 여러 부위에 퍼진 암에 효과적이며, 암 재발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

면역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 외에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정상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항암 치료법도 나왔다. ‘신델라(CINDELA·Cancer specific INDEL Attacker)’라는 치료법이다. 유전자 가위란 유전자에서 필요한 부위의 DNA를 잘라내는 기술을 말한다.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돌연변이 DNA 부분을 잘라내면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죽이는 것이 가능하다. 모든 암 형성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생성되는 돌연변이의 DNA 이중나선을 잘라 DNA의 손상 복구를 막음으로써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인류의 최대 숙원인 암 정복을 향한 노력은 오늘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김선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
충북대 원예학과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후 연구원
<과학은 지금>(공저)
<과학이 톡톡 쌓이다! 사이다 4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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