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폭파'도 쇼였나…美 전문가 "北, 핵실험 준비 가능성"

입력 2022-03-08 14:03   수정 2022-03-08 14:06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로운 건물을 건축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2018년 5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제조치라며 폭파한 곳이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동아시아국장은 7일(현지시간) ‘암스컨트롤웡크’ 사이트에 올린 기고문에서 “지난달 18일과 이달 4일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건물 신축과 기존 건물 보수, 그리고 건축용 목재 등이 쌓여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건물과 갱도 공사에 상당한 양의 목재를 사용한다”며 “최근 며칠 새 포착된 이런 징후들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운 활동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지난달 18일 공터였던 곳에 지난 4일 건축용 목재와 톱밥 등이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루이스 국장은 “이런 변화는 최근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며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조치 이후 처음으로 현장에서 목격된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시험장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 1월 모라토리엄(핵실험·중장거리미사일 발사 잠정 유예) 폐기를 시사한 이후 핵실험장을 시험 재개 준비 상태로 복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루이스 국장은 북한이 풍계리 이외의 지역에서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시험 재개를 위해 준비되려면 최소 몇 달이 걸릴 것”이라며 “북한이 아예 다른 장소에서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만일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폭발력 10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이상의 대형 수소폭탄에 대한 자신감을 더 높이거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위한 새로운 전술핵 무기를 검증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2018년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폭파한 곳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모두 6차례 핵실험을 실시했지만 정상회담에 앞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선제 조치’라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한·미도 최근 관련 동향을 포착하고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 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긴급회의 보도자료에서 “영변, 풍계리 등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더욱 면밀히 감시하면서 필요한 대응 조치를 적극 강구해나가기로 했다”며 이례적으로 풍계리를 언급한 바 있다. 군은 현재 풍계리 동향이 핵실험 재개를 준비하는 차원인지, 이와는 관계가 없는 활동인지 정밀 분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날 풍계리 동향과 관련해 “별도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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