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2차 매각 입찰을 진행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전이 이지스자산운용-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2차 입찰에는 두 곳 외에도 싱가포르계 ARA코리아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운용 등도 참가했지만 두 곳 외엔 모두 탈락했다. 여의도 IFC를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몰리자 초반 3조원대에서 형성된 매각 가격도 4조4000억원대까지 뛰어오르는 분위기다.
IFC 인수전은 높은 가격 뿐만 아니라 독특한 구조로도 자본시장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IFC는 토지 매입 후 지은 건물을 매각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다. 일정 기간 토지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건물을 매각하는 것이다.
토지는 서울시 보유, 건물만 매각하는 IFC
IFC가 있는 국제금융로 10의 토지는 서울시 소유다. 서울시는 2002년 "서울을 동북아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며 옛 중소기업전시장 부지에 IFC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미국 보험회사인 AIG와 2003년 합작사(JV) 형태로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어 서울시는 AIG와 IFC 개발을 위해 2004년 토지임대 계약도 체결했다. 서울시가 보장한 토지 임대기간은 50년이었다.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추가 49년을 더할 수 있으니 총 임차기간은 99년이다. 임차기간이 만료되는 2104년이 되면, 서울시는 토지는 물론 건물도 기부체납을 받는 방식으로 돌려받는다. 대신 AIG는 건물에 대해 소유권, 토지는 장기 임차권을 보유하게 된다.
토지를 임대하는 방식은 한국에선 흔한 방식이 아니다. IFC 바로 옆 파크원 정도가 비슷한 방식을 활용했다. 파크원은 토지 주인인 통일교재단으로부터 땅을 빌리는 형태로 지어졌다. 다만 장기 임차권이 아닌 99년간 지상권을 받는 방식이다. 법적으로 임차는 채권, 지상권은 물권이다.
이런 임차 방식은 중국, 베트남 등 개인의 토지 소유를 제한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토지는 국가 소유이고, 토지사용권을 개인이나 법인이 토지 출양금(토지 사용권의 대가)을 내고 구입해 사용한다. 중국에서 흔히 말하는 '집값'은 건물 가치에 토지사용권 가치가 더해진 것이다. 토지 사용 용도에 따라 사용권 기한은 주택용 최장 70년, 공업용 50년, 상업용 40년이다.
중국 등에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건 이 토지사용권 기한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업용 건물을 가정해보면, 토지는 40년만 빌릴 수 있으나 이를 다시 정부가 회수한다면, 건물을 짓고 30년 안팎 후부터는 관리를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리모델링 수요가 있거나 노후화돼도 건물주는 추가 자본 투입을 꺼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거리나 도시가 황폐해지기 때문에 정부도 자연스레 큰 흠이 없으면 토지사용권을 연장해주고, 그런 믿음이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토지사용권 만기 연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2016년 중국 저장성(浙江省) 원저우시(?州市)에서는 사용기한이 만료된 아파트를 팔 때 아파트 매매가격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출양금을 추가로 정부에 내야 부동산 명의 변경을 해줄 수 있다고 통보해 논란이 됐다. 아직 중국 정부가 토지사용권 만기 연장에 대한 관련 법규를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결국 중국 정부는 법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과도기적 조치로 주거용 토지에 대해서는 추가 비용 없이 사용기한을 자동 연장해주기로 했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언제든 만기연장을 놓고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여의도 IFC는 중국과는 반대로 토지사용권 만기 연장 권리가 초기 한번(50년)을 제외하면 없다. 그러다보니 사용권 기한이 줄어들수록 토지사용권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제약이 생긴다. 아직은 기한이 83년 정도 남아 먼 미래의 일로 보이지만, 20~30년이 지나 건물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시기가 다가올수록 토지사용권 만기 압박도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IFC 공사시 들어간 사업비만 1조 5000억원으로 재건축시에도 이정도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건물의 가격도 그만큼 하락하게 된다.
여의도의 '악몽'에서 '뜨거운 감자'로
AIG는 2008년 공사에 들어가 2012년 IFC를 준공했다. IFC는 3개의 대형 오피스빌딩과 복합쇼핑몰인 IFC몰, 5성급 호텔 콘래드 서울로 이뤄져 있다. 당시 여의도 대형 오피스빌딩 전체 면적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면적이다보니 임차인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 탓에 여의도 오피스 공실률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IFC 3부분까지 완공된 2014년 여의도 공실률은 25%까지 올랐다.
공실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IFC는 초기부터 렌트프리(1년 중 몇개월 동안은 임대료를 받지 않는 것)와 관리비 할인, 이사비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의도에 새로운 대형 오피스빌딩들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임차인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며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여기에 IFC는 개발 취지가 외국계 금융사를 유치한다는 '국제금융센터'여서 임차인 모집에 제한도 있었다. 서울시는 AIG가 외국계 금융회사인만큼 IFC 개발시 다른 외국계 금융회사를 유치할 때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내 외국계 금융사 몇 곳만 이전했을 뿐 신규로 국내에 유치하진 못했다.
AIG는 보유 기간 10년이 끝나면 처분할 수 있다는 계약조건에 따라 2016년 매각을 추진했다. 그 동안 각종 프로모션과 자본시장의 성장 등으로 공실률이 낮아지자 내린 결정이다. 결국 새주인을 찾았고, 새 주인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은 IFC 가격으로 2조5000억원을 AIG에 지불했다. 10년 만에 1조원의 수익을 거둔 AIG에 대해 일각에선 '먹튀'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개발과정에서 서울시로부터 온갖 특혜를 받아 놓고, 동북아 금융 허브를 만든다는 취지는 성공시키지 못한 채 자본 이득만 취하고 떠났다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브룩필드도 IFC를 인수한 지 5년만인 지난해 다시 매각에 나섰다. 그 사이 가격은 4조4000억원대로 올랐다. 실제 이 가격에 매각된다면, 1조9000억원의 차익을 브룩필드는 거두게 된다.
이런 가격이 책정된 데에는 IFC의 오피스 공실률이 1%에 불과하다는 게 영향을 미쳤다. 바로 옆 파크원에 들어선 현대백화점 '더현대'의 흥행도 IFC몰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각 때마다 높아지는 IFC의 몸값이 언제까지 고공행진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설명한 토지 주인은 서울시이고, 이 건물은 80여년 후에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매각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사이에도 흐르고 있다. 지금 높은 가격은 오피스빌딩과 쇼핑몰이 모두 잘 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는데, 언젠가는 리모델링이나 복구를 해야 하고, 돌려줘야 한다. 시장에서 IFC를 두고 '긴 시간 동안 폭탄돌리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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