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후보가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서면 인터뷰에서 "나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자 윤 후보는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WP 기자는 윤 후보의 답변을 공개했다.
윤 후보는 7일(현지 시각) 공개된 WP 서면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질문에 "페미니즘을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한 형태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식하는 것이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운동"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저는 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의 인터뷰 내용을 두고 국내 안팎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두루 나왔다. 그간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언급하며 페미니즘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은 "워싱턴포스트 기사는 선대본부가 서면으로 답변하는 과정에서 행정상 실수로 전달된 축약본에 근거해 작성됐다"면서 서면답변 원문을 기자들에게 제공했다. 해당 원문에는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보단이 제공한 원문에 따르면 윤 후보는 "저는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관점이 아니라 개인이 처한 문제를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해결하고자 한다"며 "성별을 기준으로 한 구분은 필연적으로 약자에게 사각지대를 만들고, 오히려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남성과 여성을 집합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개개인의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며 "저는 TV 토론회에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려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실수로 전달된 축약본을 바탕으로 기사가 작성되면서 발언한 적 없는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게 공보단의 주장이다.
이에 해당 기사를 작성한 WP 기자 미셸 예희 리는 트위터를 통해 윤 후보 측으로부터 받은 서면 답변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기자는 "우리는 말한 그대로 기사에 인용했다"고 했다.
해당 답변서에는 "페미니즘을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저는 토론회에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한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으며, 그런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적혀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인터뷰 원본이 아니라 축약본이 전달돼 그것을 기반으로 보도가 된 것"이라며 "현재 WP 측에 기사 수정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성범죄·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전에 올렸던 한 줄 공약을 다시 끌어 올렸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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