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칫솔 제조 스타트업 프록시헬스케어는 미세전류를 이용해 미생물막을 손쉽게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칫솔모에 달린 두 개의 전극판이 인체에 무해한 100㎂(마이크로암페어)의 미세전류를 발생시킨다.
미세전류는 칫솔이 닿지 않는 입안 깊은 곳에 생긴 플라크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강한 진동이 없어 잇몸이 약한 치주염 환자나 치아 교정기를 착용한 사람, 임플란트 치료를 받는 사람도 사용할 수 있다.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사진)는 “울산대병원 임상시험 결과 치주염 증상이 최대 78%까지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의대생 출신이다. 울산대 의대에 다니다 전공을 바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박사과정 유학 시절 미세전류가 미생물막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논문으로 발표했다. 김 대표의 논문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리서치 등에 게재됐다. 창업을 염두에 두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삼성전기, 씨젠 생명과학연구소 등에서 의료기기 개발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김 대표는 대장암 진단을 계기로 오랜 꿈이었던 창업에 나섰다. 두 차례 성공적인 수술로 암의 전이를 막은 그는 퇴원 2주 만인 2019년 9월 프록시헬스케어를 창업하고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2020년 9월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 출시 한 달 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까지 받았다.
프록시헬스케어의 전기칫솔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 1년여 만에 국내에서만 4만 개 이상 판매되며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을 통한 수출도 3만달러어치가량 이뤄졌다. 프록시헬스케어의 기술력을 눈여겨본 투자사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프록시헬스케어는 롯데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롯데벤처스 등으로부터 4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프록시헬스케어는 미국 법인을 확장하는 한편 미세전류를 적용한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정수기 직수관과 에어컨 필터의 물때뿐 아니라 대형선박 표면에 붙는 따개비, 자동차 히터 곰팡이로 인한 악취 문제 등도 같은 원리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내외 판매 등을 종합한 올해 매출 목표는 240억원”이라며 “2024년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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