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금강송과 송이

입력 2022-03-08 17:15   수정 2022-03-09 00:04

경북 울진 산불의 불씨가 일부 금강송(金剛松) 군락지로 번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전국 생산량의 40%를 점하는 울진과 영덕의 송이버섯 주산지 삼림은 이미 큰 피해를 보았다. 송이 포자(胞子·식물의 생식세포) 생성이 어려워 최소 30년간 회복기를 거쳐야 한다는 소식이다. 송이 서식지는 자식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울진군 송이 채취 농가 1000여 곳의 시름이 깊어지게 생겼다.

금강송과 송이는 ‘지음(知音) 고사’의 백아와 종자기 사이라고나 할까,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소나무에서 자라는 송이의 생장 환경을 볼 때 금강송에서 난 송이버섯을 최고로 치는 것이다.

금강송이란 금강산에서 경북 영덕에 걸쳐 자라는 고품질 소나무 품종을 말한다. 껍질이 붉어서 적송(赤松), 나무 속이 누렇다고 해서 황장목(黃腸木)으로도 불리며, 안면송(충남 태안이 서식지)과 비슷하다. 행정구역마저 울진군 금강송면으로 이름 지어진 총 212㎢ 일대에 수령 100~200년의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자생한다. 예부터 궁궐 건축 목재로 썼고, 2008년 숭례문 화재 복원에도 사용됐다. 숙종 5년(1680년) 봉산(封山·벌채 금지한 산) 정책이 시행돼 342년째 나라에서 보호하고 있다. 이번 산불에서도 꼭 지켜야 할 자산이다.

송이버섯은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의 《증보 산림경제》에서 ‘채중선품(采中仙品)’으로 꼽혔다. 당시엔 세금 대신 바치기도 했다. 강원 양양·인제·삼척·고성, 경북 울진·봉화가 주산지다.

이번 산불로 당분간 자연산 송이 향을 맡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먹자마자 이빨이 시원한 것 깨닫겠네’라고 한 삿갓 시인 김시습의 풍류도 상상으로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대북 제재 때문에 어려운 일이지만, 이럴 때 북한산 송이를 많이 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 김대중 정부 땐 북의 김정일이 선물로 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기야 송이 선물 안 해도 좋으니 미사일이나 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국민 바람이다.

제주에선 ‘오버 투어리즘’이 이슈이긴 했지만, 3년 전 강원 산불 땐 오히려 지역경제를 돕기 위해 더 찾아달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시 기억할 만하다. 강원 삼척엔 태조 이성계의 5대조 이양무의 묘로 알려진 준경묘(濬慶墓)가 금강송 속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물론 불길을 빨리 잡는 게 우선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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