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뇌경색 판정을 받고 투병하느라 다섯 번의 변호사 시험 기회를 모두 놓친 50대 응시생이 시험을 다시 보게 해달라며 제기한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이내에 다섯 번까지만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조항을 놓고 개인의 권리를 과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로스쿨 졸업생인 50대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변호사 시험 응시 지위 확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50대에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 시험에 응시했으나,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네 차례 불합격했다.
A씨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족 생계도 책임지고, 직장암과 뇌경색 등 투병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마지막 시험 때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되면서 응시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A씨는 “변호사 시험 기회를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헌법재판소가 과거 세 차례나 변호사시험법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변시법에 따르면 변시 응시생은 로스쿨 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로부터 5년 이내 다섯 번까지만 시험을 볼 수 있다. 병역의무 이행 외에 다른 예외조항은 없다. 시험 기회를 모두 소진한 응시생은 ‘오탈자’라고 불린다.
오탈자 조항은 변호사 시험 응시 기회를 영구적으로 박탈해 직업의 자유, 자기결정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헌재는 “변호사시험 무제한 응시로 발생하는 인력 낭비, 응시인원 누적으로 발생하는 시험 합격률 저하를 방지하려는 입법 목적이 인정된다”며 합헌으로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지면서 변시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상원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장은 “오탈자 조항은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높게 유지됐을 때 만들어진 조항이기 때문에 이제는 폐지해야 한다”며 “인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지만 로스쿨 졸업과 시험을 보느라 약 10년의 시간을 쏟은 탓에 사회에 돌아가서 취업도 어렵다”고 말했다. 2012년 첫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87.2%였으나 2021년 시험에서는(10회) 54.1%로 떨어졌다. 현재까지 오탈자 수는 1130명을 넘어섰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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