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우크라 서·북부 집결…"美, 동유럽 사드 배치 검토"

입력 2022-03-08 17:40   수정 2022-03-09 01:30

러시아가 8일에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무차별 공세를 이어갔다. 인도주의 통로로 대피하던 민간인을 공격하는가 하면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진입하기 위해 외곽 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날부터 키이우를 장악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서부와 북부에 병력을 집결하고 이르핀과 호스토멜, 보르젤 같은 주변 도시를 공격했다. 러시아군은 안토노프국제공항이 있는 호스토멜에 들어가 유리 프릴립코 시장을 사살했다. 이르핀에선 대피하는 민간인들이 러시아군 포탄에 희생됐다. 올렉산데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러시아 침략자들이 민간인을 쐈다”며 “포탄과 지뢰 때문에 눈앞에서 어린이 2명과 성인 2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BBC는 “러시아군이 체첸과 시리아에서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던 무차별 공격 전술을 우크라이나에서 다시 꺼내들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선 물류 거점인 해안 도시를 장악하는 데 주력했다. 이미 헤르손과 멜리토폴을 장악한 뒤 이날엔 남부 항구도시인 오데사와 미콜라이우를 집중 공격했다. 고베르노 비탈리 미콜라이우 주지사는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8명의 병사가 숨지고 19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3차 평화회담을 열어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인도주의적 통로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수미, 키이우 인근 도시 이르핀 등지에서 인도주의 통로를 통한 민간인 대피가 시작됐다.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등지에선 민간인 대피가 이어지는 동안 러시아군이 대피 경로에 포격을 가했다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도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인도주의 통로에서 러시아의 탱크와 지뢰, 다연장 로켓포가 가동되고 있다”며 “마리우폴에서 인도주의 통로로 채택된 도로에 러시아군이 지뢰를 깔았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안해하는 동유럽 국가가 늘자 동유럽에 미국산 방공시스템을 설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CNN은 미국이 동유럽 동맹국에 패트리엇미사일시스템이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몰도바가 제출한 EU 가입 신청서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의견을 내면 EU 회원국이 그 내용을 평가해 신청국에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에는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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