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 없는 중고거래? 번개장터는 다르다"

입력 2022-03-08 17:46   수정 2022-03-09 00:19

국내 중고거래 3대 플랫폼기업들이 치열한 각축 속에 수익모델 발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3사가 주도하는 중고거래 시장은 롯데, 신세계 등 유통대기업들이 뛰어들 정도로 외형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중고거래 플랫폼 3사 모두 수익모델 부재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간 거래(C2C)를 중개하는 플랫폼에서 광고 외 수익 창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후 번개장터 대표는 이 같은 시장 상황과 관련해 “최근 자체 결제 시스템인 번개페이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 가장 먼저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외형 성장에도 적자인 중고거래 플랫폼
8일 중소기업현황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는 2020년 각각 47억원, 13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번개장터는 네이버 계열사였던 2016년 첫 흑자를 냈지만 2019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당근마켓은 2015년 설립 후 2019년까지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지난달 간편결제 서비스 당근페이를 내놓은 것도 수익성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동네 가게 홍보 서비스인 비즈프로필을 출시해 지역 상인들을 모았지만 수익 면에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광고 수요가 적은 데다 비즈프로필은 이용료도 없다. 앱 내 광고 단가 또한 수천원에 그친다. 당근페이는 지역 가게에서 상품을 살 때는 수수료가 있지만 개인 간 거래는 수수료가 없어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당근마켓은 라이브커머스 등 수익을 창출할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누적 가입자가 2460만 명인 중고나라는 롯데그룹과의 합작을 수익성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200억원을 투자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중고나라를 공동 인수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롯데의 온·오프라인 유통망과 중고나라의 서비스 결합을 추진 중”이라며 “이르면 다음달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번개장터, 번개결제로 수익모델 ‘시동’
번개장터는 안전결제 시스템 번개페이와 포장택배 등 중고거래 부가서비스를 통한 수익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가진 번개장터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번개장터 거래액 1조7000억원 중 번개페이를 통한 거래액은 3000억원으로 18% 수준이다. 결제 수수료가 3.5%인 것을 감안하면 수수료 수익만 연간 105억원이다.

안전거래를 원하는 고가제품 거래 비중이 경쟁 업체보다 높은 것도 번개장터의 강점으로 꼽힌다. 번개장터 중고거래의 건당 평균 단가는 10만원 이상이다. 이 대표는 “중고차 시장을 선례로 보면 상품 보증 등 개인 간 거래를 플랫폼이 보완해주는 부가서비스가 수익을 창출한다”며 “번개장터도 소비자의 신뢰를 보장해주는 과정에서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번개장터는 신세계와의 합작으로 명품, 골프, 스니커즈 등 럭셔리 중고거래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신세계는 기업형벤처캐피털(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올초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신세계그룹의 막강한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명품사업 노하우를 중고플랫폼과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 대표는 “시그나이트파트너스와 (거래) 신뢰를 강화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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