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화장품 '멜릭서'가 아마존 '베스트셀러' 된 비결 [황정수의 인(人) 실리콘밸리]

입력 2022-03-09 01:03   수정 2022-03-10 00:38


화장품 스타트업 '멜릭서'의 창업자 이하나 대표(CEO)는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2층짜리 숙소를 단기 렌트했다. 미국으로의 본사 이전을 준비하는 전진 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와 미국 법인에서 근무할 직원 2명 등 여성 세 명이 합숙을 시작했다. 눈 떠서 눈 감을 때까지 일에 집중했다. 매일 운동과 식사도 함께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합숙 3개월 만에 이 대표는 미국으로의 본사 이전을 완료했다. 지난 1월엔 미국 매출 비중 50%를 넘겼다. 이 대표는 "미국 진출 초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하루에 제품 소개 문구도 수십번 바꿀 정도로 집중하다보니 고객들로부터 바로 반응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 대표의 '적극성'과 '실행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멜릭서가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미대 재학 중 샌프란시스코의 한 화장품 스타트업에서 인턴 자리를 얻기 위해 "미국행 항공료도 자비로 부담하겠다"며 채용 담당자를 설득했다. 비건 제품에 대한 확신이 서자 4년 간 승승장구했던 회사도 미련없이 그만뒀다. 비건 화장품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2018년 창업 초기엔 전국 30곳 넘는 공장을 찾아다니며 비건 제품 생산이 가능한 곳을 물색했다.

그렇게 3년. 멜릭서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한국 제품 '탑 10 셀러'로 선정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적인 특성을 제품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화장품 강국 한국 출신이라는 점에 더해 채소가 주를 이루는 한국 식탁에서 얻은 식물성 화장품 원료에 대한 아이디어가 멜릭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멜릭서 제품의 성분표를 보면 유독 대나무, 쌀, 녹차 등 한국적인 원료가 많이 들어가 있다.

이 대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멜릭서의 사업영역을 화장품에서 패션 등 다른 뷰티 영역으로 확장해 '아시아의 LVMH(세계적인 종합 패션 브랜드)'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이 대표를 만나 창업 및 혁신 스토리와 미래에 대한 포부를 들어봤다.
미국 매출 비중 50% 돌파
▶회사 현황이 궁금합니다.
"2018년에 창업했습니다. 직원은 미국에 3명, 한국에는15명이 있습니다. 올해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습니다."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계기는요.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해부터 미국 시장을 본격 공략했습니다. 지난 1월 전체 매출 중에 미국 비중이 50% 정도 됩니다. 해외 시장의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했는데 맞아떨어졌습니다."

▶판매 전략도 알려주세요.
"자체 몰이 있고, 아마존을 통해서 마케팅, 판매를 합니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고요. 저희는 '비건화장품', 즉 깨끗한 화장품을 판매하고요.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합니다. 미국 고객들이 품질 때문에 제품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품질이 좋다고 인식합니다. 혁신적인 원료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얼리어답터 층들이 한국화장품을 많이 구매해요."

▶한국에서 생산한다는 이점이 큰 가요.
"한국에 1만개 넘는 제조사가 있어요. 실질적으로 용기나 액체 등에서 연구개발이 많이 되어 있습니다.특히 스킨케어 쪽에서 기술 발전이 빠르고요. 로레알 랑콤 샤넬도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어요."

▶화장품 위탁생산으로 유명한 코스맥스와 관계가 끈끈하다고 들었습니다.
"코스맥스가 2020년 멜릭서에 투자했습니다. 코스맥스 역사상 최초의 스타트업 투자였습니다. 제품의 퀄러티나 품질관리를 높게 평가하셨죠. 멜릭서가 한국 최초의 비건 화장품 브랜드인 점, 20~30대 팬덤이 구축돼있는 것이 영향을 준 것 같고요. 가장 중요한 건 멜릭서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비건화장품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가요.
"한국 대기업들은 이제 시작한 단계고, 로레알 에스티로더 유니레버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지금은 비건 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합병하는 시국입니다."
미국 시장 적극 공략..."LVMH 같은 세계적인 기업 되겠다"
▶멜릭서의 목표는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로 성장할 겁니다. 한국의 세포라 뿐만 아니라 일본에선 '코스메키친'이란 유통사 입점이 돼있고 25개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최근엔 독일 더글라스에서도 판매를 시작했어요. 미국에서도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더 큰 목표라면 종합 뷰티 기업을 뜻하는건가요.
"네 20~30대 팬덤을 기반으로 아시아에서도 'LVMH' 같은 회사로 성장하고 싶어요. 화장품에 더해 많은 소비재브랜드를 갖고 있는 기업이요."

▶어떻게 LVMH 같은 종합 뷰티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인가요.
"대형 소비재그룹들이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되죠. 하지만 멜릭서는 제너레이션 Z 들이 공감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어요. 디지털에 기반한 브랜드죠.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이 95%에 달합니다. 물론 오프라인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오프라인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나 마케팅에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일본이나 독일 등의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넣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뷰티 기업의 꿈은 언제부터 갖게됐나요. 전공도 경영학인가요.
"시각디자인 전공 08학번이에요. 1989년생이죠. 디자인쪽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었는데, 학교 다니면서 창업가, 기업가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대부분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서 소식을 접하게 됐고요."

▶왜 기업이었죠.
"새로운 것,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는 걸 멋있고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한 기업인은요.
"와이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 영상이었어요. 그리고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의 영상을 많이 봤습니다. 실리콘밸리에 대한 꿈이 생겼어요. 그리고 미대 다니면서 학회 활동을 했는데, 디자인씽킹을 공부하는 학회였습니다. 혁신기업들의 디자인방법론들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스타트업들의 방법. 스타트업 문화를 알게 됐어요."

▶창업은 그 때부터 생각했나요.
"창업까지 생각하지는 않았고 스타트업 문화에 대해서 매료되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물성원료 들어가나요" 고객 질문에 채식화장품 창업 결심
▶화장품 업계에 들어온 계기는요.
"미국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일 할 기회가 생겼어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화장품 스타트업이었어요. 미국 경험을 정말 하고 싶어서 '비행기표도 내가 내겠다'고 하고 '꼭 인턴으로 데려가달라'고 사정했어요(웃음). 그렇게 취업했죠."

▶샌프란시스코 생활은 어땠나요.
"파트장되고 팀장되고 사업부장이 됐어요. 4년이 흘렀죠. 굉장히 좋았어요. 그 때 가장 좋았던 부분은 고객에게 집중하는 마음가짐을 배웠어요.

▶미국에서 일하며 창업에 대한 생각을 했나요.
"그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고객 중에 한 명이 '화장품에 동물성원료를 썼느냐'고 질문했어요. 저는 디자이너였지만 웹사이트운영도 담당했거든요. 알아보니까 동물실험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했고 '화장품 브랜드들이 더 나은 방식으로 건강한 방식으로 만들 수 없을까' 생각했어요. 결론이 건강한 방식이 채식주의 기준으로 제품을 만들자는 거였죠. 미국에 와서 일하면서 창업에 대한 생각이 구체화됐어요."

▶창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나요.
"1년 정도 고민했어요. 당시 시장엔 비건(채식주의) 화장품 개념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원하는 부분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시작할 때는 두려움이 없었죠. 2018년 창업을 했어요."

▶멜릭서 뜻은 뭔가요.
"'불로장생의 묘약'이란 의미입니다. 'My'의 'M'에 불로장생을 뜻하는 '엘릭서'를 조합했죠. 사람들의 건강, 삶을 영속시키는 걸 만들고 싶다는 제 바람을 담았어요."

▶창업 초기엔 다들 어려움을 겪는다던데요.
"더부살이했죠. 프레시코드라는 샐러드 배달 스타트업 사무실에 얹혀살았어요. 사무실 네 명 자리 중에 한 자리가 비어서 빌려썼어요. 2~3달 있다가 새로운 곳으로 나왔어요."

▶제품 개발엔 어려움이 없었나요.
"제품에 대해선 명확한 기준이 있었어요.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원료를 쓰지 않는다'는 거였죠. 제조사를 찾아다녔는데 20~30군데가 모두 거절하더라고요. 비건화장품이 없는 개념이었고 저희를 위해서만 뭘 만드는 게 그분들 입장에서 번거로울 수 있었죠. 정말 기적적으로 강원도에 있는 유기농 제품 만드는 공장에서 만들 수 있다고 했어요. 유기농을 했기 때문에 비건 기준으로 화장품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하더라고요."

▶첫 자금 조달 과정도 궁금한데요.
"8월에 제품을 런칭하게 됐습니다. 얼리어답터들이 많은 크라우드펀딩 '와디즈'를 통해 런칭했어요. 브랜드의 탄생 이야기 등을 녹여서 알렸고 많은 분들이 호응했어요. 목표 금액의 6000프로를 달성했죠. 비건과 채식주의 개념을 화장품으로 확장했을 때 수요가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 계기 였어요."

▶팀은 어떻게 구성했죠.
"3년 간은 4명에서 일했어요. 저, 디자이너, 제품개발자, 세일즈 이렇게요."
제품 리서치에만 1년...꿀 대신 시어버터로 립밤 제작
▶미대 출신에 화학공학 전공자도 아닌데 성분 같은 건 어떻게 구성하셨어요.
"제가 원래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성분 보는 게 취미였죠. 또 여드름이 많이 났었기 때문에 인공방부제가 없는 화장품을 찾아 쓸 정도였어요, 그래서 피부가 좋아지기도 했고요. 저희팀의 제품개발자와 협업해 첫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래서 첫 제품이 여드름 피부용 세럼 제품이었군요.
"네. 그 이후에 설문을 했어요. 고객들이 '성분이 깨끗한 제품을 원한다'고 하더라고요. 기초제품인 토너, 스킨 등을 만들기로했죠 성분을 딱 하나, 녹차추출물을 써서 토너를 만들었어요. 고객들의 알러지반응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였죠, '가장 깨끗한, 그리고 심플한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았어요. 2020년엔 배우 임수정씨 전용 화장품을 만드는 공동작업도 했죠. 임수정씨가 멜릭서를 알고 계셨거든요. 그 이후엔 비건 립 버터가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어요. 기존 립 밤제품은 꿀이 들어간 게 많은데, 채식주의를 위한 온전한 비건 립밤을 위해 시어나무에서 나오는 성분인 '시어버터'를 썼죠. 이게 저희의 주력 상품이에요."

▶제품 개발 때 어떤 점에 주력하세요.
"단연 기존 제품의 문제점 해결이죠. 동물성 원료나 유해 성분을 식물성분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효과는 동일하거나 더 좋은지를 항상 고민합니다. 비건 관련 리서치와 제품 기획에서 리뷰를 상당히 오래하고요. 그래서 제품 개발 과정이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려요. 그리고 제품 출시 이후에도 계속 제품을 업그레이드해요. '비건 립 버터' 제품 출시 이후 20번 넘게 버전을 바꿨어요. 소비자들은 모르시죠. 미세하게 조정을 해서 더 좋은 품질을 가진 제품으로 바꿉니다."
한국 전통 원료 주로 활용하는 게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점'
▶비건원료로 대체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찾으세요.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썼던 원료들을 씁니다. 한국도 과거부터 채식문화가 강했잖아요. 전통적으로 썼던 피부관리 방법들을 참고해서 영감을 받아요. 이게 글로벌시장에서의 차별점이죠. 한국에서 탄생한 브랜드로서 한국의 철학을 담은, 저희 경험을 제품에 녹이는 게 중요해요."

▶사례가 궁금한데요.
"쌀, 대나무, 녹차 등이 제품에 들어가요. 대나무 수액이 '뱀부세럼'에 들어갑니다. 죽염치약도 있을 정도로 대나무는 정화능력이 뛰어난 식물로 유명하죠. 그리고 토너 제품엔 녹차추출물이 함유됐고요."

▶회사 성장의 비결은요.
"2020년 코로나가 터졌어요. 온라인 판매에 집중했죠. 연 300% 씩 성장했습니다. 그 때 재밌던 게 해외 시장 공략이었어요. 2020년 본격화했는데,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죠. 월 90%씩 성장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해서 관심이 커졌어요. 건강한 제품을 찾는 과정에서 멜릭서를 발견했을 때 더 좋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비건 화장품 중에 '멜릭서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건요.
"차별성이죠. 독점원료를 만들어요. 직접 처방을 해서 저희 만의 5~6가지 식물성원료를 통해 민감성, 여드름성 피부에 효과적인 성분을 조합합니다. 한 개는 끝났고 3종을 추가로 개발 중입니다. 멜릭서만의 원료, '그린엘릭서'죠. 이를 새로 출시할 클렌저에 넣을 예정입니다. 혼합조성물을 만든거죠. 결국에는 저희만의 독자적이고 특별한 성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만큼 가격도 비싸겠네요.
"분명히 부자재나 이런 부분에서 디테일하게 신경쓰는 분야가 많아요. 제조원가가 훨씬 비싼 건 사실입니나. 추구하는 건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격대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서 높을 수 있지만 제품 퀄러티는 타협하지 않아요. 좋은 제품, 좋은 원료, 좋은 메시지를 담은 제품을 만들기위해 노력합니다. 이것이 브랜드를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제품 만큼은 최고로 만드는 게 힘이고 고집입니다."
아마존 슈퍼스타 셀러 선정...글로벌 확장 염두에 두고 본사 이전
▶미국에는 왜 진출했죠.
"비건 제품을 어떤 나라 고객들이 특히 선호할까 생각했더니 미국이 떠올랐어요. 채식주의자가 많고 채식주의에 대한 문화가 성숙해있죠. 아마존이란 판매 플랫폼을 통해서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작은 규모로 시작했습니다."

▶왜 아마존을 활용했나요.
"아마존에 FBA(Fulfillment By Amazon)란 서비스가 있어요. 해외 기업들이 아마존 창고로 물건을 입고시키면 주문 건에 대해서 아마존에서 출고를 해주고 CS까지 담당하는거죠. 물류를 아마존에 맡기고 마케팅과 판매에만 집중했어요. 처음부터 물류창고를 셋업하는 부담도 덜었고 고객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게 굉장히 좋았어요. 이를 통해서 아마존에서 성장을 했습니다. 아마존 본사에서 멜릭서는 '전략계정'으로 돼있습니다. 최근엔 아마존코리아 글로벌셀링팀이 멜릭서를 '탑 10' 셀러 중에 하나로 선정했어요.'슈퍼스타셀러'죠. 미국에서 잘 팔리는 한국 브랜드를 뜻해요. 장기적으론 자사 홈페이지 구매를 늘릴 생각도 있습니다."

▶고객 접점도 미국이 더 크죠.
"네. 중요한 건 미국에서 고객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더 현지화된 전략을 수립해서 마케팅을 하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죠. 본사까지 옮긴 이유는 글로벌 브랜드로 된다고 했을 때 미국에 거점을 두고 확장하는 게 좋다고 해서 옮겼습니다."

▶현지 직원도 채용하셨나요.
"네. 저까지 세 명이 미국에서 근무합니다. 비건화장품, 저희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서 그런지 채용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팀 구성 때 어떤 점에 신경을 많이 쓰세요.
"회사 철학과 문화를 잘 이해하고 지켜나가는 분들로 구성하려고해요. 사람들 숫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이해하고 회사와 맞는 분들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핵심가치들을 잘 지켜나가면 고객들이 알아주는 것 같아요. 우리 회사의 비전과 맞닿아있는 분들이 합류했을 때 우리 철학을 담은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고객들은 제품을 통해서 회사를 느껴요. 제품은 고객과 회사 비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입니다."

▶큰 관점에서 앞으로의 전략은요.
"저희가 지난 3년 간은 제품제발에 집중했고 이제는 확장에 집중을 하려고 한다. 글로벌 확장에 집중을 하려고 합니다. 이제 스케일업 단계로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다른 국가로도 진출할 예정이고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선 자금 조달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프라이머, 코스맥스, 두나무 등의 투자자들이 투자를 해주셨고요. 흑자도 머지 않은 것 같아요.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려고 운영자금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시리즈 A를 올해 상반기 중에 할 계획입니다.금액은 정해놓지 않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하려고요."

▶국가별 전략은요
"일단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미국, 한국, 일본이 중심이고요. 중국 외에 아시아 다른 국가들로 진출하려고 합니다. 중국은 화장품 안전성 규제 때 비건 화장품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요. 나중에는 풀릴 것이라고 생각해요."

▶멜릭서가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면 좋을까요.
"미국에서 모두가 아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우선 미국에서 사업을 공고하게 하고 중국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입니다."

▶창업을 하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뭔가요.
"아무래도 펀드레이징이 힘들죠. 회사에 가능성을 알리고 투자자를 설득해서 자금을 끌어들어오는 게 만만치 않아요. 그리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들이 발생할 때도 어렵습니다. 샘플이랑 양산품이랑 질의 차이가 커서 출시를 못한 경우도 있어요. 멀리 봤을 때 긍정적인 마음, 회사가 가려는 방향과 일치하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운동을 해서 스트레스를 풀죠. 고객들의 리뷰를 보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요. 현실적인 해법을 리뷰에서 찾을 수 있어요. 고객 리뷰를 다 읽으려고 해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주거든요."

▶창업 후 가장 기뻤던 일은요.
"서울 도산공원 근처에 멜릭서하우스를 지난해 6월 오픈했을때요. 멜릭서의 철학을 담은 공간이에요. 바닥에 카펫을 깔았는데, 직원들이 집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이런 편안한 환경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게 멜릭서의 철학과 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창업자로서 자질은 어떻게 기르나요.
"영어는 꾸준히 발전시켜야하는 부분이고요. 유튜브를 통해서 기업가들의 영상을 많이 봅니다. 회사를 논리적으로 소개하는 방식도 배우고요, 대단한 기업가들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에서 위로를 많이 받습니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방식도 알게 되고요. 고객과의 연결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제품에 더욱 집중해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저는 제로투원을 쓴 피터 틸(페이팔 공동창업자),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로부터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회사를 냉정하게 평가 받는 과정
▶글로벌에 진출해야하는 이유는요.
"시장이 크다는 당연한 이야기보다, 저는 '창업자의 아이덴티티'와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전 세계에서 냉정하게 평가 받는 과정이 글로벌 진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제품이 가치가 있고회사가 정말 의미가 있고 지속가능할 지 냉정하게 평가 받는 곳이 글로벌 시장입니다. 어렵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저도 해답은 없고 시작하는 단계거든요. 시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공략을 본격화해야할텐데요.
"저희 브랜드를 설득해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한국적인 배경을 담은 멜릭서가 당신들한테 필요한지 설득하고 알리는 과정이죠. '민감성 피부에 효과적인 제품'이란 걸 시장에서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마존에서 통한다는 게 좋은 신호죠. 브랜드를 몰라도 제품이 좋으면 널리 퍼지게 돼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제품 품질에 집중할 것이고, 이게 가장 좋은 마케팅 전략인 것 같습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께 조언을 한다면요.
"작년 9월에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2층짜리 에어비앤비 숙소를 구해서 3개월 간 직원들과 합숙했어요. 미국 시장에서 시작을 잘 하려면 처음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아침 8시에 일어나서 밤 10시에 함께 끝냈죠. 같이 밥먹고 같이 운동하고 같이 주 6일씩 보냈습니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난달에 월 매출의 50%가 미국에서 나온 것 같아요."

▶합숙 기간, 하루 14시간씩 주 6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계속 마케팅 콘텐츠를 바꿨습니다. 미국 시장에 적합한 광고, 소개 콘텐츠인지 계속 고민했죠. 썸네일이미지, 메시지, 상품구성, 단어를 하루에도 여러 번씩 바꿨어요. 상품 설명이 개선됐을 때 판매 페이지를 방문한 분들의 구매전환율도 올라가더라고요."

▶주변에 실리콘밸리에서 도전하는 여성창업자들이 많은가요.
"여성창업가들이 많이 나와야해요.물론 창업의 과정은 어렵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려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일에 10년 간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시작해야해요. 그래야 그 과정이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에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드려는 노력을 해야하고 그 시도가 많아져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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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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