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공적연금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렸다. 유럽의 복지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이 같은 문제에 직면했고, 나름의 개혁을 통해 성과를 달성했다. 당장은 연금이 조금 줄어들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한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60년대에는 보편적 기초연금을 도입하며 폐지했던 소득비례연금을 재도입했다. 기초연금은 그대로 주고, 여기에 기여에 따라 연금을 더 주는 방식이다. 1969년엔 소득이 적어 소득비례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특별 보충연금을 주기 시작했다. 기초연금과 특별보충연금을 합쳐 근로자 평균 임금의 60%를 보전해줬다.
이 시기의 연금 개혁은 복지를 확충하는 데 집중됐다. 기초연금, 소득비례연금, 특별보충연금 체계는 스웨덴이 지향하는 복지국가 모델의 핵심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고령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고령인구 비중이 1990년 27.6%에서 2030년 39.4%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자 공적연금 기금의 고갈 우려가 높아졌고, 연금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단 다른 소득은 고려하지 않고 공적연금에서 발생한 소득만을 기준으로 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국민연금 수급액이 적은 경우만 기초연금을 줬다는 것이다. 소득비례연금은 축적된 보험료와 수익으로 연금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보험료의 2.5%는 의무적으로 민간 부문의 수익연금에 투자토록 했다.
고령화와 연금재정에 연동해 연금을 조정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스웨덴은 퇴직시점까지 적립한 금액을 연금화제수로 나눠 연금을 산정하는데 기대여명이 증가하면 연금화제수가 오르도록 산식을 마련했다. 고령화가 지속되면 연도별 연금급여가 자동으로 감액되는 것이다.
연금재정이 줄어들어 자산과 부채 비율인 균형비율이 1 이하로 낮아질 경우엔 연금액에 적용되는 소득지수를 '균형지수'로 바꿔 적용한다. 균형지수는 기존의 소득지수보다 낮기 때문에 연금 수급액이 줄어든다. 단기적으로는 연금 수급액이 낮아지지만 이 조치로 연금 재정이 다시 복원되고, 소득대체율이 장기적으로 안정화되는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나온 여야 후보들의 기초연금 공약도 '확대' 일변도였다. 윤석열 당선인은 기초연금을 10만원 더 주는 공약을 내세웠다. 국민연금을 일정 수준 이상 받는 경우 기초연금이 감액되는 조항을 수정해 기초연금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기초연금 대상을 만 65세 이상 노인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편적 기초연금을 없애고 공적연금을 기본으로 한 보조적 연금으로 전환한 스웨덴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지만 고령화나 연금재정 상황에 따라 국민연금을 조정하는 등의 각론이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연금 개혁이 지연되면 10만~20만원을 더 받기 위한 국민연금 테크도 무의미해진다.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연금개혁이라고 볼 수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