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 및 석유제품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달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국에서 휘발유값이 급등하면서 다른 나라로부터 원유 수입을 늘리고 미국산 원유 시추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현재까지 중동 산유국은 미국의 원유 증산 요청을 외면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원유 증산 논의를 위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 통화 요청을 최근 거절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UAE와 함께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꼽힌다. WSJ는 “이들 국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협의체인 OPEC+의 입장대로 원유 증산량을 고수하고 있다”며 “세 국가 간 관계도 밀접해졌다”고 했다.
사우디와 UAE가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탓이라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미국이 예멘 내전에서 자국을 지원하길 바라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산 원유 공급을 늘리는 데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유사 코노코필립스의 라이언 랜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원유 시추 작업을 시작한다 해도 유가 상승을 즉시 완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새 원유를 발견하는 데 8~1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키 홀럽 옥시덴털페트롤리엄 CEO도 “유정 노후화, 인력난, 원자재 공급난 문제로 원유 증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추가 비축유 방출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앞서 방출하기로 합의한 6000만 배럴은 IEA 회원국 원유 매장량의 4%에 불과하다”며 “더 많은 원유를 방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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