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강조점은 ‘고객’이다. 10조원 규모의 국내 부동산 활용법도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진국의 다양한 부동산에 투자함으로써 정 부회장만의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해 콘텐츠를 보강하려는 전략이다.
9일 경제계에 따르면 ‘유통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의 부동산 투자가 엇갈린 행보를 보인다. 롯데가 ‘팔자’로 돌아선 데 비해, 신세계는 국내는 팔되, 해외는 사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두 그룹의 상반된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마트의 100%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를 앞세워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와이너리인 셰이퍼 빈야드를 약 3000억원에 인수한 배경에도 정 부회장의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와이너리 소유는 현지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며 “이마트에 와인 공급을 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인수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에선 국내에 몰려 있던 신세계그룹의 자산을 산업 트렌드 변화에 맞춰 재배치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유 오피스 빌딩에서부터 물류,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선진국 우량 자산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서울 성수동 본사 건물 등 알짜 자산까지 매각해 2019년부터 최근까지 약 3조8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부지 중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국적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개발 예정인 수원, 창원, 청라, 동서울, 화성, 청주, 파주 등 8개 사업장 중 한두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기존 부동산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9년 롯데AMC를 설립해 백화점, 마트 등을 체계적으로 유동화하고 있다. 현재 롯데리츠가 증시에 상장돼 있다. 롯데자산개발의 기능을 각 계열사로 이전한 직후인 2020년 말엔 롯데지주에 ‘REVA(리얼에스테이트밸류애드)’팀을 신설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자산 유동화로 마련한 현금은 신사업을 위한 M&A 자금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는 2017년 중국의 한한령 이후 전면 중단됐다. 선양 롯데타운 건설 프로젝트는 발이 묶인 채 매각 리스트에 올라 있으나 아직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롯데의 해외 자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10조6729억원에 달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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