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여론조사는 틀렸고, 인공지능(AI)이 맞았다.”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나왔던 얘기입니다. 당시 뉴욕타임스, 폭스뉴스, 워싱턴포스트, CBS 등 미국 주요 언론사들의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반면 인도의 모그IA, 캐나다 어드밴스드 심볼릭스의 AI폴리 등 여러 AI 프로그램은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할 것이라고 점쳤고요. 실제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습니다.
이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 대선에서 AI가 기성 여론조사를 확실히 제친 첫 사례로 꼽힙니다. 이후 영미권에선 선거 결과 예측 등에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꾸준합니다. 국내에서도 대선에서 AI의 영역이 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2020 美 대선 결과도 맞힌 AI
투표 결과를 예측하는 AI는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도 AI의 예측이 맞았습니다. AI폴리를 비롯해 미국 K코어 애널리틱스, 이탈리아 엑스퍼트AI 등의 AI 모델이 조 바이든 당선 결과를 그대로 예상했습니다. 이들 AI는 모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글의 키워드나 내용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선거 결과를 추론합니다. 하지만 당시 AI가 완벽한 예상을 내놨던 것은 아닙니다. 세세한 내용을 보면 현실은 AI가 내린 결론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나타냈습니다.
AI모델들이 잇따라 바이든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지만, 실제로는 주요 경합주에서 재검표가 이뤄질 정도로 득표율 격차가 적었습니다. 박빙 승부 이후 극단적인 일부 유권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한다며 벌인 초유의 미 의회 난입 사태도 AI는 미리 내다보지 못했습니다.
이같은 간극은 AI 분석의 바탕이 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AI가 분석 자료로 쓰는 소셜미디어는 쓰는 이들이 한정적입니다.
여기에서 틈이 생깁니다. 소셜미디어를 잘 쓰지 않는 고령층이나 소셜미디어 상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중도층의 경우에는 AI가 표심을 읽기 힘듭니다. 캐나다 CBC방송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온라인에서 정치 얘기를 적극적으로 하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AI 업계도 이같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트위터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사람들의 진심을 더 쉽게 알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 집중하려 합니다.
엑스퍼트AI의 마르코 바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작년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보다 과장되고 극단적인 얘기를 한다고들 흔히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그저 인터넷상에서 더 솔직해지는 것일 뿐”이라며 “각 분야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분석해 AI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식으로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선 대선 후보 'AI 대리전'
국내는 어떨까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앞서서는 이렇다할 AI 기반 선거 결과 예측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AI 업계에서 분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초거대 자연어 분석 AI 모델이 대부분 영어 위주라는 겁니다. 그간 AI 예측이 주로 영미권 주요 선거에 대해 몰려있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보다 실리적인 측면에서의 우려 때문입니다. 국내 대선 예측을 했다가 그 여파가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것인데요. 익명을 요구한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오픈소스로 공개된 한국어 특화 AI 모델도 있지만 이를 대선 관련해 활용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며 “혹시나 틀렸을 때엔 일개 스타트업이 정치적 '역풍'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대선에서도 AI 쓰임새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대선에선 'AI 이재명' 'AI 윤석열' 등 주요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에 AI가 쓰였습니다. 사전 촬영한 각 후보의 영상을 AI가 학습하게 한 뒤 실제 대선 후보의 아바타 격인 버추얼휴먼(가상인간)을 구현한 겁니다. 이들 AI 아바타는 각 대선 후보를 대신해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엔 도움일까 위협일까
주요 선거에서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AI를 두고 각계에서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습니다. AI가 건전한 민주주의 사회를 가꾸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해가 되는지가 주요 주제입니다. AI의 같은 기능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대표적인 게 AI 기반 개인화 추천 기능입니다. AI 분석을 통해 유권자에게 특정 뉴스나 영상을 추천해주는 것인데요. 일부에선 이를 두고 유권자들이 반대 편의 견해를 알기 어렵도록 해 의견 편향성만 높인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유권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태도에 부합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보다 쉽게 알 수 있게 돼 보다 정확한 의견 표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는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AI 기반 버추얼휴먼도 논쟁거리입니다. 각 후보들의 선거 캠프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짜뉴스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도 버락 오바마 등 외국 주요 정치인들이 다른 정치인에 대한 험담을 하는 등의 딥페이크 영상이 여럿 나왔습니다.
유권자들의 정책 선호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선거 캠페인 조직을 광범위 지원할 수 있는 등 AI의 순기능도 있습니다.
아민 그룬발트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 교수 겸 독일 연방의회 기술평가위원장은 작년 5월 'AI와 선거'를 주제로 열린 한 포럼에서 “AI는 만능 문제 해결사가 될 수 없고, 무조건적인 위협도 아니다”며 “AI 기술의 가능성을 냉정하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분석해 선거 과정을 뒷받침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선한결 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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