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뤄신제약은 지난 7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헬리코박터균 제균 적응증에 대한 케이캡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이번 3상은 ‘에스오메프라졸’과 ‘비스무트제’ 등 헬리코박터균 제거에 많이 쓰이는 ‘4가지 약물 병용요법(四??法)’과 비교해 케이캡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다기관 및 무작위, 이중눈가림(맹검) 방식으로 진행한다.
임상의 총괄책임자(PI)인 저우리 베이징대 제3병원 소화기과 주임 교수는 “위산억제제는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중국은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은 국가인 만큼 이번 임상을 통해 근절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해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보건부 산하 국립독성학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은 ‘15차 발암물질 보고서(15th Report on Carcinogens)’를 발표하고 헬리코박터균 만성 감염을 인간 발암물질로 명시했다.
HK이노엔은 2015년 소화기 치료제 전문 제약사인 중국 뤄신제약에 케이캡 정제 기술을 이전했다. HK이노엔 역시 케이캡정으로 헬리코박터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을 적응증으로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이 개발한 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제(P-CAB) 계열 신약이다.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 대비 약효가 빠르고 식전·식후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하다. 또 약효 지속시간이 길어 야간에 분비되는 위산도 억제할 수 있다는 게 HK이노엔의 설명이다.
이번 임상 승인으로 HK이노엔이 이에 따른 추가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를 뤄신제약으로부터 수령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응증이 다양해질수록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HK이노엔에게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계약상 뤄신제약의 제품 출시 및 목표(타깃) 매출 달성에 따른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를 HK이노엔이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출시된 케이캡정 역시 적응증이 2개일 때보다 4개일 때 원외처방실적이 더 높다”며 “적응증을 추가하거나 신규 제형을 개발할수록 사용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매출 증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에 일본 다케다제약의 ‘다케캡’이 유일한 P-CAB 치료제로 진출해 있지만 뤄신제약 측은 케이캡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케캡과 허가상의 분류가 다른 게 이유다. 다케캡은 중국에서 ‘해외 도입 신약’(분류5) 등급으로 허가를 받았다. 반면 케이캡은 중국 현지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친 덕에 ‘중국 또는 해외시장에 등재되지 않은 혁신신약’(분류1) 등급으로 심사를 받게 된다.
중국은 의약품 허가 시 크게 5가지로 분류해 평가하고 있다. 이중 분류1 등급으로 허가를 받는 경우 분류5 등급에 비해 긴 자료독점권을 확보하게 된다. 자료독점권이란 일정기간 제네릭(복제약)의 진입을 방어할 수 있는 권리다.
뤄신제약은 케이캡을 십이지장궤양 치료제로도 개발 중이다. 현재 중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가 예상하는 임상 완료일은 오는 8월20일이다.
HK이노엔도 국내에서 케이캡 사용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HK이노엔은 현재 케이캡에 대해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등 총 4개 적응증을 갖고 있다. 이 중 미란성 및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이어 최근 위궤양까지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장했다.
케이캡 제형 다양화에도 성공했다. 지난달 입에서 녹여 먹는 구강붕해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케이캡 구강붕해정은 물을 따로 마실 필요 없이 입에서 녹여 먹는 제형이다. 알약을 삼키기 어려워하거나 물을 마실 수 없는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이 증대된다.
HK이노엔의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송근석 전무는 지난 1월12일(현지시간) 열린 ‘2022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적응증 및 제형 확대를 통해 케이캡을 2030년까지 누적 매출 2조원의 신약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