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자취 감춘 수입맥주…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

입력 2022-03-09 19:32   수정 2022-03-17 15:45


수입맥주 시장이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었다.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노재팬’ 운동의 여파로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던 일본 맥주가 자취를 감추자 기회를 엿보던 세계 각국의 수입맥주가 앞다퉈 진격했다. 국내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취향도 다양해지면서 수입맥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1위였던 아사히, 20위 밖 밀려나
9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액은 688만달러(약 85억원)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2018년(7830만달러·약 967억원)에 비해 91.2% 급감했다. 국가별 맥주 수입 순위에서도 일본은 2018년 1위에서 지난해 9위로 떨어졌다. 일본 맥주의 빈자리는 네덜란드 맥주가 차지했다. 지난해 네덜란드 맥주 수입액은 4343만달러(약 537억원)로, 2018년(2141만달러·약 265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국가별 순위는 6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과거 일본 맥주가 군림하던 편의점 수입맥주 판매 순위도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한 대형 편의점에 따르면 2018년 판매 순위 1위를 달리던 아사히는 2019년 5위로 떨어진 뒤 2020년 이후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18년 나란히 ‘톱10’에 이름을 올렸던 기린이치방과 삿포로도 순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아사히가 내놓은 1위 자리를 두고선 하이네켄과 칭따오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이네켄이 1위를 차지했지만 올초에는 칭따오가 다시 선두를 되찾았다. 업계에선 하이네켄과 칭따오의 점유율 격차를 1~2%포인트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프랑스 맥주 크로넨버그1664블랑, 미국 맥주 버드와이저, 벨기에 맥주 스텔라와 호가든 등이 상위권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제맥주·와인에 밀린 수입맥주
수입맥주를 유통하는 국내 주류업체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주력 제품이었던 기린이치방이 불매운동 여파로 고꾸라졌지만 크로넨버그1664블랑과 써머스비, 파울라너 등이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을 회복했다. 오비맥주는 스텔라와 호가든에 이어 최근 버드와이저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반면 롯데그룹 계열사이자 롯데칠성음료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아사히 맥주의 몰락으로 2018년 1248억원에 달하던 매출이 2020년 173억원으로 급감했다.

수입맥주 시장이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든 것은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라거 맥주를 선호하던 소비자 입맛이 맛과 향이 강한 에일 맥주 로 옮겨간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수입맥주 시장은 2018년 3억968만달러(약 3826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맥주 수입액은 전년 대비 1.7% 줄어든 2억2310만달러(약 2756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수제맥주뿐만 아니라 와인과 위스키 시장이 성장하면서 수입맥주로 향하던 수요가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와인 등에 밀려 수입맥주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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