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페인트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유가 상승으로 매출은 늘지만 영업이익이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 조광페인트 등 페인트 업체들은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노루페인트는 지난해 매출 7309억원을 기록해 전년(6429억원)보다 13.7%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55억원으로 21.1% 감소했다. 삼화페인트도 지난해 매출이 14.5% 증가한 631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한 자릿수인 8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150억원에서 94.5% 감소한 것이다. 조광페인트는 적자폭이 커졌다. 작년 매출은 18.5% 증가한 238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적자는 84억원으로 적자 폭이 전년(48억원 적자)보다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페인트산업 업황은 유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페인트를 구성하는 주 원재료인 용제와 수지, 안료 등이 대부분 원유를 정제해 만들기 때문이다. 용제 수지 안료 등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문제는 당분간 유가 급등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안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원유는 세계 원유시장의 7%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페인트업체들은 원가 절감과 판매가격 인상, 신사업 발굴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원자재 구매처를 다변화해 유가로 인한 영향을 줄이는 한편 이르면 상반기 내 10%가량 판매가격을 인상해 경영상 어려움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다양한 신사업도 발굴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진행해오던 친환경 수성페인트 개발에 속도를 내며 유가 변동으로 인한 영향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농업용 차광제 등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사업 모델도 찾고 있다. 조광페인트는 도료가 갖고 있는 접착력에 주목하며 신소재 접착제를 잇달아 개발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용 백시트 접착제와 디스플레이용 편광판 접착제 등 첨단 성장산업에 적용 가능한 접착제를 내세우고 있다. 삼화페인트도 반도체 패키징용 에폭시 밀봉재, 2차전지 성능개선 화합물 등을 개발하고 있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특수기능성 화학소재 제품 시장으로 진출하며 기존 도료사업과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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