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학술대회 개최를 앞두고 관련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작년 초 이후 1년 넘게 이어진 하락 추세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10일 오후 2시47분 현재 에시트큐브는 전일 대비 1060원(19.06%) 오른 6620원에, 레고켐바이오는 3100원(6.94%) 상승한 4만7750원에, 지놈앤컴퍼니는 1300원(4.81%) 뛴 2만8300원에, 파멥신은 200원(3.90%) 높은 533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네오이뮨텍(3.24%), 바이젠셀(2.25%), 에이비온(2.12%), 유한양행(0.86%),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0.83%), 한미약품(0.75%), 티움바이오(0.61%), 에이바엘바이오(0.37%) 등도 강세다.
다음달 8~13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될 예정인 AACR 연례학술대회의 초록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이다. 거래가 정지된 큐리언트, 아직 주식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보로노이와 딥바이오도 올해 AACR 연례 학술대회 초록에 이름을 올렸다.
AACR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함께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양대 암학회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2020년부터 2년 동안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다가, 3년만에 대면 개최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글로벌 대형 학회·컨퍼런스 행사가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되는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직접 대면할 때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 ASCO, 면역항암학회(SITC) 같은 굵직한 학회들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며 "3년만에 대면으로 열리는 AACR을 시발점으로 기술이전이나 오프라인 실사 또는 대면 협의가 진행되며 전 세계계적으로 바이오텍의 모멘텀이 발생하는 시점이 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AACR은 주로 초기 연구·개발(R&D) 단계의 후보물질이나 약물 표적을 발표하는 자리다. 행사장에서 바로 기술이전과 같은 대형 호재가 나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실제 이번 AACR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 대부분은 신약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투여하는 임상 전에 시행하는 전임상 이하 단계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사람에게 투여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 단계의 R&D 결과가 발표되는 자리는 ASCO다.
다만 참가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 전략을 가늠하고,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자리로 활용할 수 있다.
김태희 KB증권 연구원은 “면역항암제를 대표하는 PD-1·PD-L1 표적 항체는 이미 경쟁이 치열하기에 새로운 표적을 발굴하는 전략이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라며 “이번에 발표될 신규 표적 면역항암제로는 유한양행의 IDO억제제, 지놈앤컴퍼니의 CNTN4 항체와 TLT2 항체, 파멥신의 VISTA 항체와 TIE2 항체, 에이비온의 CLDN3 항체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빅파마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중항체 관련 발표도 다수 존재한다”며 에이비엘바이오,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의 발표를 꼽았다.
제약·바이오섹터는 2020년 말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 KRX헬스케어업종지수는 2020년 12월7일의 5685.12를 고점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올해 1월27일에는 2923.15까지 반토막 수준으로 빠졌다.
글로벌 주요 학회·컨퍼런스 이벤트를 앞두고 제약·바이오섹터는 짧은 기간동안 상승세를 탔다가, 학회가 끝나면 이전의 저점보다 더 밑으로 추락하는 일이 반복된 탓이다. 올해 1월10~13일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때는 폐막일을 하루 앞두고 시작된 하락세가 월말까지 이어졌다. 이 동안의 낙폭은 16.13%였다.
다만 김태희 연구원은 “(제약·바이오섹터는) 1년 이상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셀트리온의 감리 이슈 해소 가능성 △AACR로 시작해 ASCO와 미국당뇨병학회(ADA)로 이어지는 학회 이벤트 △중소 바이오텍의 기술이전 기대감 등을 근거로 주가 반등을 전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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