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진흥·현대…서초동 노후단지 재건축 시동

입력 2022-03-10 17:49   수정 2022-03-11 00:44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 노후 아파트 정비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서초 ‘현대아파트’ 등은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재건축 안전진단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을 채우지 못한 곳은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향을 돌리고 있다. 서초그랑자이 등 새 아파트가 속속 입주하면서 인근 노후 단지 주민들이 정비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삼풍 등 안전진단 추진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초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 4일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주민 모금을 시작했다. 1989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최고 15층, 5개 동, 412가구로 구성돼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쪽에 3개 동, 서쪽에 2개 동이 나뉘어 있는 게 특징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이뤄진다.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예비안전진단 통과 이후 곧바로 정밀안전진단으로 넘어가지 않고 사업을 잠시 보류했다”며 “지난달부터 대선 후보들이 안전진단 기준 완화 공약을 쏟아내는 등 분위기가 바뀌면서 재건축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서초동 일대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초동 ‘삼풍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준비위를 구성하고 예비안전진단 동의서를 받고 있다. 1988년 준공된 이 단지는 지상 최고 15층, 24개 동, 2390가구로 조성됐다. 서울지하철 2·3호선 교대역이 가깝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는 재건축 단지도 나타났다. 2020년 3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서초동 ‘진흥아파트’는 신속통합기획을 진행할 예정이다. 1979년 준공된 이 단지는 전용면적 101~160㎡, 615가구로 구성돼 있다. 2004년 첫 번째 추진위를 구성한 뒤 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일몰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2020년 조합을 설립했다.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도 있다. 서초동 ‘아남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소규모 재건축 사업 조합설립인가를 얻었다. 소규모 재건축은 면적 1만㎡ 미만, 200가구 미만이면서 노후·불량 건축물이 3분의 2 이상인 곳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일반적인 재건축에 비해 절차가 간단하고 사업 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다. 이 단지는 2개 동, 166가구 규모로 1988년 준공됐다. 조합은 이곳에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의 아파트 233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할 계획이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공고를 낸 상태다.
○서초래미안 등은 리모델링 나서
재건축 연한을 채우지 못한 아파트들은 리모델링 사업에 나서고 있다. 2003년 준공된 서초동 ‘서초래미안아파트’는 리모델링 추진위를 설립하고 하반기 조합을 설립할 계획이다. 1993년 준공된 서초동 ‘유원서초아파트’는 리모델링 추진위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를 하는 등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단 일부 주민이 리모델링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변수로 꼽힌다. 재건축에 비해 시세 차익이 적다는 게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주장이다.

서초동 일대에 새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는 것도 노후 단지들이 재건축·리모델링을 서두르는 이유다. 서초동 무지개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그랑자이’는 지난해 6월 입주했다. 래미안리더스원(우성1차 재건축), 래미안에스티지(우성3차 재건축), 래미안에스티지S(우성2차 재건축) 등도 최근 3년 내 집들이를 마쳤다.

인근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이뤄지는 것도 호재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경부고속도로 한남나들목(IC)~양재IC 구간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통 정체 구간을 지하화해 공원 및 문화관광복합지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서초구는 서초대로 일대 롯데칠성 용지, 코오롱 용지, 라이온미싱 용지 등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국제업무·상업 복합 중심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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