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옛것과 새것

입력 2022-03-10 18:15   수정 2022-03-11 00:04

회사가 강북으로 이전한 지 만 2년이 됐다. 20여 년의 강남 생활을 마감하고 강북으로 옮겨 오니 또 다른 맛이 있다. 화창한 봄날에 청계천 변이나 인사동 거리를 걷다 보면 서울이 참 대단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면서 서로를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옛것만 있으면 고즈넉하나 고루하기 쉽고, 새것만 있으면 화려하나 멋이 없다.

옛것은 정취가 있고 새로운 것은 편리하다. 경복궁 창덕궁을 비롯한 옛 궁궐 옆으로 현대식 박물관 미술관 등이 어우러져 있다. 주변 분위기 또한 옛것과 새것이 서로 묘하게 얽혀 있다. 현대식 빌딩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오래된 기와집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사동 거리의 서예, 전각, 고서 가게는 한국의 맛을 자아낸다. 그래서 옛것은 감칠맛이 있다. 잘 숙성된 된장 맛이다. 손때가 묻어서 반질반질하고 손맛이 다르다. 그리고 역사가 있다. 향기가 있다. 옛것은 그래서 옛것이다.

새것은 새것대로 역할이 있다. 초고층 현대식 건물은 외국의 여느 곳 못지않다. 화려하고 잘 갖춰져 모든 것이 편리하다. 운영 방식과 시스템도 좋아졌다. 무엇보다 똑똑해졌다. 그래서 이름도 ‘빌딩’이 아니라 ‘타워’다. 옛것에 대한 거부나 폐기가 아니라 조화와 공존이다. 발전이다. 전통과 역사는 간직하되 새로운 것은 받아들인다. 새로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된다. 영화 ‘관상’에서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은 마지막 장면으로 바닷가에 서서 독백한다. 자신은 파도는 봤으나 그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은 보지 못했다고. 순천자안(順天者安)이요 역천자위(逆天者危)다. 흐름을 읽는 자는 안전하고 흐름을 거역하는 자는 위태롭다. 그래서 줄기러기는 험준한 히말라야를 흐름과 함께 넘는다.

옛것을 지키지 못하면 역사와 문화는 없다. 향기가 없다. 그래서 더불어 산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아름다운 조화다. 멋진 협연이다. 치우치지 않고 공존하는 것은 아름답다. 자연스럽다. 치우침은 또 다른 치우침을 불러온다. 반작용이다. 그래서 서로를 해치지 않고 차별하지 않으며 조화롭게 사는 것은 질서 속에 있다.

생각은 과거로 흘러가고 미래로 앞서간다. 과거는 옛것이고 미래는 새것이다. 옛것에 대한 향수와 새것에 대한 관심은 서로 맞물려 있다. 옛것은 새것에서 배우고 새것은 옛것에서 배운다. 새것은 곧 옛것이 되고 옛것은 또 새것이 된다. 순환이다. 흐름이다. 연결이다. 옛것과 새것은 그래서 하나다. 그리고 새것은 변화다. 변화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두려움 없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두려움은 창조와 용기의 근원이다. 그래서 ‘첫 번째 펭귄’(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앞장서 도전하는 사람)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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