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사진)은 강원 강릉에서 나고 자랐다. 이 때문에 이이의 탄생지인 오죽헌은 그에겐 학창 시절 추억이 얽힌 곳이다. 그는 “율곡 사상에 대해 유학자만큼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늘 그를 ‘올바른 관료’로 존경하며 살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이자 평생 금융관료로 살아온 그가 최근 율곡연구원 이사장을 맡은 배경이다.
대선을 하루 앞두고 율곡연구원의 이사장을 맡게 된 그를 서울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만났다. 최 이사장은 “율곡의 철학과 정신을 널리 전파하자는 뜻에 공감해 이사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선친이 율곡 이이에 조예가 깊으셨다”고 했다. 최 이사장의 부친이 강릉에서 열리는 ‘율곡제’의 문예행사 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어깨 너머로 율곡 사상에 대한 한시 백일장, 휘호 등을 자주 봤다는 것이다. 율곡제는 1962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다.
그는 “이이와 신사임당처럼 모자가 둘 다 지폐 도안에 있는 것은 드문 일이라 현직 시절 해외 금융관료들을 만나면 두 분 다 제 고향 출신이라고 은근히 자랑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금융관료의 길을 걸어왔기에 ‘유학’에 대해서는 평생 율곡을 공부한 분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관료이자 학자로서 현실적인 정치를 펴온 율곡의 생애는 늘 존경해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이가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에 이런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정치란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성과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죠. 지금이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거의 500년 전 성리학자가 한 말인 걸 생각하면 파격적이죠. 현실을 살피지 못해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정책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여전히 가치 있는 말입니다.”
율곡연구원 이사장 외에도 그가 요즘 매진하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앞길을 자문해주는 ‘컨설턴트’다. 디캠프를 자주 찾는 그에게 2030 대표들이 불쑥 상담을 요청해도 흔쾌히 받아주곤 해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형님’으로 통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김홍일 전 디캠프 센터장이 대표를 맡은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설립에도 참여해 스타트업 자문역을 맡고 있다.
최 이사장은 “토종 자본으로 유니콘기업을 키워낼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며 “율곡연구원 이사장으로서 율곡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 매진하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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