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사가 萬事…인수위부터 최고 전문가로 구성하라

입력 2022-03-10 17:20   수정 2022-03-11 07:09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에 험난한 과제들이 켜켜이 쌓인 만큼 마냥 승리 기쁨만 누릴 처지가 아니다. 인수위원장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거론되고, 부위원장에 권영세 전 선대본부장이 내정 됐으며, 비서실장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임명됐다.

인수위는 국정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핵심 과제와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새 정부의 산파 역할을 한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 검증도 수행한다. 두 달간 작업을 통해 총체적 국정 청사진을 그리는 막중한 임무다. 인수위가 제 기능을 하느냐 못 하느냐가 새 정부 5년 성패를 판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에서도 비전과 공약을 제시하지만, 득표를 우선하다 보니 포퓰리즘 성격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선거와 국정은 달리 봐야 한다. 공약을 재정 현실에 맞게 엄정하게 가다듬고, 포퓰리즘을 걷어내는 게 인수위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려면 인수위는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짜야 마땅하다. 인수위가 선거캠프처럼 운영되고, 능력이 아니라 논공행상식 인사에 급급하다면 국정 운영의 기본이 허물어져 방향을 잃을 게 자명하다. 인수위 출신들이 청와대와 정부 요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내 편’ 위주의 잘못된 인사 폐해는 반면교사가 멀리 있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실상은 거꾸로 갔다. 임기 초부터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기용, 돌려막기 인사 행태는 숱한 비판에도 끝까지 이어졌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부동산 등 핵심 정책들이 하나같이 실패한 것도 능력과 전문성을 도외시한 채 진영과 이념에 사로잡힌 인사 실패 탓이 크다. 편협한 신념과 집단사고는 ‘정부 실패’의 충분조건이다. 과거 보수정권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같은 구설에 오른 것도 돌아봐야 한다.

인사는 그 자체가 메시지다. 어떤 인물을 기용하느냐가 국정 방향을 가리킨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란 윤 당선인의 소신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능력 있는 인재를 널리 구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놓여 있는 코로나 사태, 러시아발(發) 원자재값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북한 미사일 도발과 핵시설 재가동 등 숱한 난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 문자 그대로 ‘인사가 만사(萬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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